"길거리에서 캐스팅됐다거나, 친구따라 오디션에 갔다가 발탁됐다는 동료들이 제일 부럽다." 의외였다. 170㎝의 늘씬한 몸매, 시원시원한 이목구비 덕으로 으레 쉬운 길을 걸어왔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들어보니 그게 아니었다. CF 스타 출신으로 영화에도 쉽게 발탈된 줄로만 알았더니 오산이었다. 신예 조이진(23)과의 인터뷰는 그런면에서 신선했다. 영화 '태풍태양'(감독 정재은, 제작 필름매니아)의 개봉을 앞두고 마주앉은 자리라 지극히 평범한 말들이 오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조이진은 '고맙게도' 그 예상을 깨줬다. 그의 태도는 겸손했고, 그의 말에서는 성실한 진심이 느껴졌다. "2001년 '해태모델 선발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후 영화 오디션도 보고 힙합 페스티벌에서도 2등을 했다. 그런데도 러브콜이 쏟아지기는 커녕 전화기는 잠잠했다. 집에서 그렇게 반대하는데도 시작한 일이기 때문에 용돈 한푼 없이 아르바이트로 버텨가며 어렵게 오디션과 대회에 응시했다. 얼마나 많은 대회에 나갔는지 기억도 다 못한다." 7전 8기 끝에 연예계에 데뷔한 것이다. 그런데 놀라움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중학교 때부터 배우를 꿈꿨지만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는 전혀 티를 내지 않았다. 친구들 중 예쁜 외모도 아니고 늘씬하지도 않아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것이 너무 부끄러웠다. 그래서 속으로만 그런 꿈을 키웠을 뿐 주변에는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도 친구들이 무척 놀라워하고 있다." 사실 본인이 얘기하지 않아도 '절세 미인'이라기 보다는 개성형의 미인이라 표현하려고 했는데, 당사자의 생각은 그보다 더 '심했다'. 그는 인터뷰 도중 "예쁘지 않은 외모에도 불구하고..."라는 표현을 종종 썼다.그렇게 말하니 반대로 더 괜찮아 보이는 것을 알고 한 소리일까. 그러나 조이진에게서는 젊은 시절 심혜진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상큼하고 시원시원한 매력이 듬뿍 흘러나는 것. 그러한 매력을 바탕으로 심혜진의 코카콜라 CF가 대히트했듯, 조이진 역시 "그냥 친구가 진짜 친구"라는 카피로 유명한 OB맥주 CF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양 볼에 보조개가 패이고 약간 긴 듯한 얼굴형에 커다란 눈을 가진 그에게 "20년 후 '프란체스카2'를 찍고 있는 것 아니냐"고 농담을 했더니 "그럼 좋죠!"라며 깔깔 웃었다. 남자 친구 셋에 둘러싸인 OB맥주 CF 외에도 천사로 분장한 필라델피아 크림치즈와 베이직 하우스 등의 CF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은 조이진은 '태풍태양'(감독 정재은, 제작 필름매니아)으로 스크린 데뷔를 했다.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젊은 청년들이 우르르 등장하는 '태풍태양'의 홍일점. 청춘 스포츠 영화에 어울리는 상큼한 매력으로 두 남자 김강명과 천정명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다. 정재은 감독은 그런 그를 두고 "마치 시나리오 속에서 걸어나온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촬영전 3-4개월 전부터 인라인 스케이트를 연습하느라 배우들과 하루종일 우르르 몰려다녔다. 긁히고 넘어지고 멍들고 팔꿈치 까이고…. 제작사에서 우리를 치료하는 전담병원을 지정했을 정도다. 정말 많이 연습했다." 코에 점이 인상적인 그는 "사실 한번 뺐다. 그런데 오히려 더 커지고 검어졌다. 뿌리가 깊어 웬만해서는 빼기 힘들다고 하길래 그냥 놔두기로 했다"며 웃었다. 재미있는 것은 그의 여동생의 코에도 그와 똑같은 위치에 점이 있다는 사실. "현재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감사하고 좋다. 겸손하고 아름다운 배우가 되기 위해 한걸음한걸음 내딛고 있다." 간만에 기분 좋은 인터뷰였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