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드디어 다음달 10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폐막일은 8월 31일이나 9월 1일로 예정돼 있다. 2001년 말부터 이듬해 상반기까지 LG아트센터에서 장장 7개월 간 공연되며 한국 뮤지컬 역사를 다시 쓴 작품이다. 이 공연을 계기로 국내에서 뮤지컬 장르가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레 미제라블' '캐츠' '맘마미아' '미녀와 야수' '아이다' 등 해외 대작들이 잇따라 들어왔다. 국내 뮤지컬 시장은 불과 3-4년 새 놀랍도록 성장했다. 이번에 개막하는 '오페라의 유령'은 2001년 공연과 어떻게 다를까. 일단 공연장소가 LG아트센터(1천 100석)에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2천 300석)으로 좌석 규모상 두 배 이상 커졌다. 또 2001년 공연이 우리 말로 번역한 라이선스 판이었다면 이번엔 브로드웨이 등에서 활약한 외국 배우들이 영어로 공연한다. 웨스트엔드나 브로드웨이에서 보는 원작의 감동을 더욱 가깝게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얼마전 개봉한 영화 '오페라의 유령'을 본 관객이라면 화면으로 펼쳐진 화려한 장면들이 실제 무대에서는 어떻게 구현되는지 보는 재미도 색다를 듯싶다. '오페라의 유령'은 세계적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대표작. 일반적으로 뮤지컬 팬이나 제작자 사이에서 음악, 극의 내용, 무대 등 모든 면을 아울러 최고의 뮤지컬로 꼽힌다. 1986년 영국 런던에서 초연된 이래 지금까지 웨스트엔드에서 19년, 브로드웨이에서 17년째 장기 공연되고 있다. 또 전세계 20개국, 110개 도시에서 지금까지 1억명 이상이 관람했다. 브로드웨이에서는 특히 지난해 2월 '레 미제라블'의 6천 680회 공연 기록을 깨고 '캐츠'에 이어 두 번째 장기공연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내년 초 쯤 '캐츠'의 7천 485회 기록을 넘어서면서 브로드웨이 최장기 공연 작품이 될 전망이다. 예술의전당과 CJ엔터테인먼트, 2001년 '오페라의 유령' 기획사였던 설앤컴퍼니가 공동주최하는 이번 공연은 '오페라의 유령'의 첫 해외 순회 프로덕션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끈다. 지금까지 세계 20개국, 110개 도시에서 공연된 것은 다 라이선스 판. 현지 크리에이티브 팀과 배우들이 직접 순회 공연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4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을 시작으로 중국 상하이(2004년 12월-2005년 3월)를 거쳐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일정이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주역 배우로는 브래드 리틀(유령), 마니 랍, 애나 마리나(크리스틴), 재로드 칼랜드(라울) 등이 캐스팅됐다. 특히 노련한 연기가 돋보이는 브래드 리틀은 유령 역을 1천 800회 이상 공연한 베테랑으로, 여태껏 이 역을 거쳐간 배우 중 '최상급'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크리스틴의 친구 맥 지리 역에는 웨스트엔드와 2001년 LG아트센터 '오페라의 유령' 무대에 섰던 한국인 배우 노지현이 출연한다. 이번 공연에 참여하는 해외 제작진의 수는 배우 37명을 포함해 스태프까지 총 110여 명. 30만 개의 유리구슬로 치장한 0.5톤의 샹들리에 등 각종 세트는 40피트 컨테이너 21대 분량이다. 스태프와 배우들은 20일께부터 차례로 입국해 본격적 무대 설치에 나선다.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y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