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적으로 풍요롭고 다양한 관계가 형성되는 사회라고 하지만 그 안의 현대인은 끊임없는 소외감을 느끼고 좌절하며 힘겨워한다. 그래서 누군가를 만나거나 볼일을 보려고 문밖으로 나섰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행위의 반복 속에서 파김치가 되곤 한다. 작가 남궁문(49)씨는 그래서 사회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장보기나 자전거타기, 여행 등을 제외하곤 작업실에 틀어박혀 그림 그리기에 몰두한다. 사회성이 없고 개인적이다 보니 작가는 외압에 의한 외출금지가 아닌 스스로에게 '외출금지'를 명령하며 자신의 내부로 침잠한다. 그런 그가 자신의 내면에 담긴 자폐적 감정을 화면에 담아낸 작품들로 20일부터 세종로의 일민미술관에서 '외출금지'(No Exit) 전을 개최한다. 150점 가까운 출품작들은 그의 일상에서부터 내면세계까지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데 작가는 마치 일기를 쓰듯이 그의 생활을 드로잉한다. 수많은 자화상들과 '외출금지', '외출에서 돌아와', '맑은 날' 등의 작품들은 외부세계와 거리를 두고 자신의 내면에 깊이 몰두해있음을 보여주는 것들이다. '외출에서 돌아와'의 경우 온통 붉은 색 화면에 나른한 선만으로 외출에서 돌아와 입었던 옷을 벽에 걸고 양말을 벗어 팽개치고는 방바닥에 힘없이 주저앉은 인물 등의 윤곽만을 그린 작품으로 외출에서 막 돌아와 현실과의 괴리감을 느끼고 있는 자신을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고 작가가 병적일 정도의 자폐증을 가진 것은 아니다. 보통사람들도 대부분 갖고 있으나 미처 깨닫지 못하는, 또는 부인하고 싶어하는 자폐적 특성을 작가는 그림이라는 형식을 통해 좀더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존재의 고독과 공포, 두려움, 이로부터 야기되는 타인과 사회와의 소통의 부재를 작가는 그림그리기라는 놀이를 통해 그려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화면 속 인물들은 점차 무게를 덜고 비워지며 마침내는 얇은 종잇장처럼 축 늘어지거나 간단한 선 몇개의 형상으로 이어진다. 본래의 자아나 자신의 삶에 대해서조차 낯설어하는 과민한 예술가의 사유가 이처럼 부피나 무게감을 완전히 상실한 현대인의 창백한 초상을 탄생시켰다. 일민미술관의 김희령 디렉터는 "지극히 개인적인 기록으로 비칠지도 모르는 그의 작품세계는 오히려 소외된 삶을 살고 있는 현대인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 작가는 가장 개인적인 회화의 방식으로 내면의 예민한 감정들을 표현하고 있으며,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 곧 사회적인 것임을 깨닫게 해준다"고 말했다. 아울러 매달 그려내는 그림달력, 상품의 포장상자를 이용해 공간에 대한 탐구를 드러내는 입체물들, 실체의 무게를 들어내 버림으로써 마치 종잇장처럼 구겨져 버린 테라코타 형상 등은 미술이 권위적인 것이 아니라 일상임을 보여준다. 작가는 홍대 대학원 서양학과를 졸업하고 스페인과 멕시코에서 벽화과정을 공부했으며 그동안 국내외에서 8차례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전시는 6월 26일까지. ☎02-2020-2069. (서울=연합뉴스) 류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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