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솔로음반 낸 윤도현의 '윤밴' 이탈기

로커 윤도현(33)이 윤도현밴드(이하 윤밴)를 잠시 이탈했다.

그리고 록, 재즈, 펑크, 힙합 사운드 등 여러 장르를 비빔밥처럼 버무린 솔로 음반 'Difference'를 발표했다.

1995년 첫번째 솔로 음반을 냈지만 그때와 지금은 솔로 프로젝트를 감행한 의도가 전혀 다르다.

겉으론 '윤밴을 잠시 배신한 것 아닌가'하는 의혹이 생기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오히려 윤밴을 위해서다.

그는 마구마구 샘솟는 음악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서라고 고백한다.

윤밴 역시 그의 솔로 활동을 적극 권했다.

윤도현은 "이 음반을 통해 다른 장르의 가수들에게서 다양한 에너지를 받았다. 이를 윤밴 음반에 반영하고 싶다"고 했다.

그가 독백하는 '윤밴 이탈기'를 들어보자.

▲솔로

95년 첫 음반을 낼 당시 그룹을 결성하고 싶었는데 여의치 않아 어쩔 수 없이 솔로로 음반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엔 작정하고 만든 솔로다.

난 호기심이 많고 음악에 욕심이 너무 많다.

새로운 음악이 있으면 장르를 불문하고 빠져든다.

재즈 공연을 보면 재즈를, 솔을 보면 솔을 하고 싶다.

하지만 내가 진정 사랑하는 윤밴에선 이 욕구를 해소할 수 없다.

왜냐. 난 윤밴이 록음악을 하는 로큰롤 정신에 입각한 밴드로 색깔을 유지하기를 바란다.

물론 윤밴도 록밴드 치고는 다양한 음악을 많이 시도하는 편이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마구 버무린다면 윤밴은 색깔이 불투명해져 줏대가 없어질 것이다.

'Difference'는 내가 해보고 싶은 걸 다 해보려고 만든 지극히 개인적인 음반이다.

아내(뮤지컬 배우 이미옥) 목소리가 좋아 평소 듀엣곡을 부르고 싶었는데 이번 음반에 'With You'를 함께 불렀다.

이런 시도도 그런 차원이다.

결혼 후 더 음악에 대해 의욕적이 됐다.

(웃음)

▲Difference

솔로 음반 제목인 Difference'는 윤밴의 음악과 다르고 수록곡 12곡이 각각 다르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내 안의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전체 음반 분위기보다 한 곡 한 곡에 집중했다.

윤밴의 색깔을 버리기 위해 명프로듀서 두 명을 영입했다.

미국 보스턴 버클리음대 출신인 김신일과 작년 영국 공연 때 친분을 쌓은 명프로듀서 닉 타우버가 그들이다.

닉 타우버는 30일 영국에서 발매될 싱글 프로듀싱도 맡았다.

타이틀곡 '사랑했나봐'는 팝 성향이 짙은 발라드 곡이다.

평소 내 창법대로 내지르기보다 가사를 꾹꾹 눌러주며 불렀다.

'Dreams'는 R&B에 가까운 재즈 코드에 솔이 가미됐다.

난 재즈, 솔에 관심이 많다.

타이거 JK와 윤미래가 작사한 'Get up'은 힙합 사운드와 레게, 리듬&블루스가 잘 믹스됐다.

작년 영국을 다녀오면서부터 바비킴, JK타이거 등 인간적인 교감이 가는 친구들과 작업했다.

물론 윤밴을 그리워하는 팬들은 하덕규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아버지'가 좋다고 할 수도 있다.

음악이 달라진 또 다른 이유. 아무래도 작년과 올해 다녀온 유럽의 영향이 컸다.

지난 3월 24일부터 4월 9일까지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6개국 클럽을 돌면서 공연했다.

투어 버스로 다니면서 멤버들과 함께 몇 곡 써왔는데 한국에 와서 다시 들으니 '우리가 이걸 어떻게 썼을까' 싶을 정도다.

▲유럽

유럽 순회공연을 통해 나와 밴드 모두 로큰롤 정신을 배웠다.

록이라는 단어가 주는 거침이 없는 느낌, 바로 '에너지'였다.

현지인들은 힘내자고 할 때도 'Cheer up' 대신 'Rock'을 외쳤다.

영국은 어딜 가나 록 분위기가 느껴졌다.

나이 많은 영국 택시 운전기사는 "유서깊은 록 공연장인 아스토리아홀에 가자"니까 바로 "록"을 외쳤다.

단적인 예지만 한국이 록 대중화가 안된 것은 이들과 문화 자체가 다른 때문인 듯하다.

그곳 관객들은 공연장에 오면 함께 즐겼다.

클럽 공연 때 자기를 표현하는 에너지가 넘치더라. 우린 표현에 낯설고 오히려 아련하게 옛 추억을 음미하는 데 더 익숙하다.

물론 현지 사람들이 우리를 낯설어한 건 사실이다.

'쟤네가 누구야'라는 느낌? 하지만 관객 반응이 좋자 록클럽 사장들은 "너희 밴드는 진정한 프로"라고 흡족해 했다.

관객이 30명에 불과한 적도 있었지만 우리가 무대에서 즐기니 관객과의 교감도 커졌다.

음악과 에너지가 있으면 'No problem'이었다.

이런 모든 게 로큰롤이다.

작년 영국서 밴드 스테랑코 음반의 피처링을 위해 닉 타우버와 처음 만났을 때도 한국에 대한 정보가 없는 그는 날 못미더워했다.

"일단 시켜보고 하자"더라. 내 노래가 끝나자 그는 'Brilliant'라고 반복해서 외치며 다른 곡 피처링도 요청했다.

유럽 순회공연은 관객의 소중함도 알고, 우리가 무대에서 즐겨야 한다는 것도 깨달은 소중한 시간이었다.

▲윤밴

올해 말 선보일 윤밴 음악이 기대된다.

유럽 순회의 결실이 고스란히 담길 음반이다.

일단 싱글 활동을 3개월 한 후 준비한다.

안되는데 쫓기면서 하기 싫다.

여유롭게 준비하겠다.

일부에선 "한국의 록 대중화는 갈 길이 먼데 록 음악을 고집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고 묻는다.

록에 대한 사명감이 아니라 그저 좋아서 하는 것이다.

이름이 좀 알려지고 마니아가 많이 생기니 부담스럽기도 하다.

그래서 윤밴은 색깔을 분명히할 계획이다.

대중을 무시하는 음악은 대중음악이 아니지만 대중성보다는 음악성을 강조하고 싶다.

물론 적절한 조화는 언제나 숙제다.

정말 좋은 곡은 음악적으로 가도 대중적이 된다.

배려랍시고 대중의 기호만 쫓아간다면 고여있는 물이다.

솔직히 아직 대중을 잘 모르겠다.

'사랑했나봐'가 타이틀이 된 것도 내 고집이 아니라 모니터링 결과 대중들이 '가장 좋다'고 선택한 곡이기 때문이다.

(웃음)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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