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재미있어요."


자신의 네 번째 영화 '댄서의 순정'(28일 개봉)으로 관객들을 만날 준비 중인 문근영(18)은 꼭 멈춤 없이 팔굽혀펴기를 하는 한 CF의 건전지 같다.


서울과 광주를 오가며 고3 수험생활과 영화 촬영, 홍보활동까지 병행을 해야 하는 그녀에게 힘들지 않느냐고 물어봤자 돌아오는 것은 "그런 생각은 아직 안 해봤다.


그냥 재미있을 뿐이다"라는 식의 대답이다.


댄스 스포츠에 옌볜 사투리, 중국어까지 배워야 하는 이번 영화 대신 좀 쉬운 쪽을 해봤어도 괜찮았겠다고 잘 구슬려 봐도 좀처럼 힘들다는 말은 안나온다.


"잘하고 싶은 부담은 있었지만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게 힘들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는 게 여전히 초롱초롱한 눈을 깜빡이며 들려주는 말이다.


▲만족하냐고요? 복습해 봐야죠.


'댄서의 순정'은 옌볜 소녀가 최고의 스포츠댄스 선수인 언니를 대신해 한국에 와서 겪는 사랑 이야기를 그린 영화.


문근영은 여주인공 채린역을 맡아 댄스 스포츠와 옌볜 사투리 그리고 한층 강화된 멜로 등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다.


문근영은 영화 속 채린 역을 위해 옌볜에 직접 건너가 사투리를 배우기도 했고 촬영 시작 전 3개월 전부터 춤연습에 열중하기도 했다.


쉽지 않았을 연습 과정이었지만 문근영은 "배우는 게 재미있지 않느냐"고 오히려 되물었다.


사투리는 귀가 예민한 까닭에 남들보다 더 쉽게 배웠고 춤은 마냥 즐겁더라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춤추는 것을 좋아하지만 잘 못추는 편이거든요. 하지만 배우다 보니 너무 재미있어지는 거예요. 아직도 가만 앉아있어도 다리가 왔다갔다 할 정도로 댄스 스포츠의 재미에 빠져 있어요."


새로운 도전이 유난히 많았던 자신의 네 번째 영화에 그녀는 어느 정도 만족했을까?


천상 학생다운 대답이 돌아왔다.


"아쉬워요. 만족하는 부분도 많지만 그냥 만족한다고 하기에는 찜찜하네요. 복습해봐야죠. 학교 수업처럼."


▲10살 차이 박건형과 나이 차이 못 느껴.


상대역 박건형(28)과 문근영의 나이 차는 10살.


'강산이 변했을 정도'의 시차를 두고 살아왔지만 영화 속 두 사람이 함께 있는 '투샷'은 어색하지 않아보인다.


삼촌보다는 오빠 같다는 게 문근영이 느끼는 박건형과의 거리다.


"나이차이를 못 느꼈어요. 윤찬(34)오빠도 마찬가지고요. 처음에는 삼촌이라고 불러야 할까 오빠라고 불러야 할까 고민도 했었는데 어느 순간 나이의 벽이 허물어지더군요."


문근영이 박건형과의 나이 차이를 느꼈을 때는 만화 영화 얘기를 할 때 뿐이었다고.


'코난'이나 '둘리', '하니'를 직접 TV에서 본 기억은 없지만 '나디아'부터는 확실히 기억이 난단다.


전작 '어린 신부'에서 함께 연기했던 김래원과 '댄서의 순정'의 박건형을 비교해달라고 하자 문근영은 "술 좋아하는 게 똑 같다"며 활짝 웃었다.


"술 좋아하고 다음날 (얼굴이) 붓는 게 비슷해요. 붓기가 그때그때 달라서 제가 '신마다 달라보이는 비결이 뭐냐'고 물으며 놀리기도 했죠. 오빠 대답은 '일부러 다른 모습 보여주기 위해서'였어요."


▲격려문자 보내주는 학교 친구들, "고마워"


"참 신기해요. 어떻게 힘들어 할 때를 알고 꼭 격려문자를 보내줘요."


톱스타이면서 동시에 고3 수험생인 문근영은 "학교 친구들이 도움을 많이 준다"며 학교 생활을 소개했다.


"친구들이 참 고마워요. 수업시간 필기한 것도 보여주고, 학교에 무슨 일 있으면 문자로 연락해 주고. 제가 힘들어 할 때쯤에는 친구들의 격려문자가 큰 힘이 됩니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지만 일단 학교로 돌아오면 문근영의 생활은 여느 고등학생과 그리 다르지 않아 보인다.


간혹 받는 '옌볜사투리 좀 해봐라', '춤 좀 춰봐라' 정도의 요청이 그녀가 접하는 '특별대우'다.


"친구들이 망설이다가 이것저것 해보라고 해요. 물론, 좀처럼 안 해요. 제가 쑥스러움이 많은 성격이거든요."


▲한동안은 공부에 집중할 것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그렇듯, 문근영도 아직 대학 진로를 명확히 결정하지 못했다.


국문과를 갈지 연극영화학과로 갈지, 아니면 다른 과에 진학할 지 그때그때 생각이 바뀐다는 얘기다.


문근영은 "한동안 연기를 쉴 것"이라고 말했지만 "꼭 공부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고 분명히 했다.


"매년 항상 이맘때쯤부터는 공부를 했다. 공부해서 대학도 가야 하지만, 특별히 수험생 생활만을 위해서인 것은 아니다"고 말하는 그녀는 "한 캐릭터를 만났으니 이제 그 캐릭터를 보내줄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다음 캐릭터를 만날 여유가 생기게 하기 위해서다"고 설명했다.


"촬영 도중에는 서울에서 개인지도를 받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홍보활동으로 바빠 이 마저도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그녀에게 10년 후의 '먼' 미래의 모습을 물으며 위로를 건네자 거창한 대답이 돌아왔다.


"여배우계의 엄마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10년이면 너무 짧나요? 이미숙 선생님 같은 큰 배우가 돼 있었으면 좋겠어요."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