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미소년 이미지를 벗었다는 것만으로도, 이 정도면 만족한다." MBC TV 월화 드라마 '원더풀 라이프'(극본 진수완, 연출 이창한)에 민도현 역으로 출연중인 이지훈(26)이 자체 평가를 내렸다. 96년 '왜 하늘은'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나타났을때부터 그는 '꽃미남' 타이틀 속에서 성장했고, 그리고 갇혔다. 미소년 이미지가 늘 따라붙는 탓에 나이는 20대 후반을 향하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남성적인 매력보다는 상큼한 미소가 잘 어울리는 남자로 보였다. 2003년 '귀여운 여인'을 통해 연기자 겸업을 선언한 이후에도 마찬가지. 99년 시트콤 '아무도 못말려'에 출연했지만 본격적인 연기자로서의 출발은 일일극 '귀여운 여인'이다. 이후 영화 '몽정기2', '여선생vs여제자'에 연속 등장하면서 연기자로서 경력을 키워왔지만 '귀여운 막내' 이미지를 벗어나진 못했다. '원더풀 라이프'는 첫 미니시리즈. 이를 통해 비로소 그는 '남성미'를 내뿜는 연기자로 새삼 주목받고 있다. 한승완(김재원 분)과 하룻밤 실수로 생긴 아이를 낳고 어린 나이에 아기 엄마가 된 세진(유진)을 좋아한다. 구태의연한 삼각관계일 수 있지만 이지훈은 쿨한 남자로 도현을 연기하고 있다. 외모도 지금까지와는 다르다. 장난기 그득한 얼굴 표정을 걷어내고, 젠틀하고 묵직한 남자로 변신했다. "연기 겸업을 결정한 이후 정말 쉼없이 달려왔다. 연기자로서 걸음마를 떼고 아장아장 걷는 수준인데, 이 작품을 통해서는 나도 청년임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나름대로 만족한다는 뜻. "정말 정신없고, 내가 뭘 연기하고 있는 지 모를 때도 있다. 아직도 연기의 '맛'을 알지 못하고 그냥 빠져서 연기한다"면서도 "그렇지만 한 회, 한 회 지날수록 점점 뭔가 잡혀간다는 느낌이 있다. 드라마는 영화에 비해 뭐든 빨리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작품이 자신의 연기 인생에서 '완충지대'가 될 것이라고 표현했다. "강한 남성이 되고 싶다. 그런데 일순간에 확 바꾸면 팬들도 날 어색해할 텐데, 민도현을 통해 연습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가 생각하는 강한 남성상은 뭘까. "내 속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지금껏 봐왔고, 쌓아온 감정을 끄집어내는 것이다. 터프한 액션뿐 아니라 마치 영화 '내 머릿속의 지우개'의 진한 멜로 감정도 강한 남성이라고 생각한다." 가수에 대한 미련은 없을까. "노래를 할 때는 연기가 하고 싶었다. 지금은 좋은 노래를 듣고 있으면 '나도 이런 좋은 노래를 불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욕심이 생긴다. 노래나 연기나 사람의 감정을 표현한다는 점에서는 일맥상통한다." 되도록이면 긍정적으로 삶을 대한다고 했다. 앞으로 할 일이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의 이미지 때문에 인터뷰 내내 차분한 목소리로 말하는 그가 처음엔 어색했는데 점점 그런 기분이 가셨다. "평상시엔 차분한 편인데, 카메라만 들이대면 내 안에 나도 모르는 내가 뛰쳐나와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편"이라 말하며 씩 웃는다. 잠시 쉬는 기간이 있을 때는 1주일에 4~5차례 화곡동 집근처 교회에 다니며 기도한다. "연예인이라고 특별히 대하지 않고 모두 가족처럼 여겨줘 편안하기 때문"이란다. "어떨때는 3일 밤낮을 자지 않고 힘들게 촬영하는데도 시청률이 높지 않아 아쉽기는 하다"는 말로 인사를 대신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가희 기자 ka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