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효진(25)은 한동안 신세대의 새로운 아이콘이었다. 같은 세대들에겐 새롭지만 결코 낯설지 않은 인상을 심어줬고, 어른들에게는 '요즘 애들은 저러나'라는 인상을 심어줬다. 외모가 뛰어난 편도, 몸매가 받쳐주는 편도 아니었다. 다만 처음부터 연기가 또래에 비해 훨씬 뛰어났기 때문에 사람들은 공효진이 만들어낸 캐릭터에 공감했다. 공효진이 '상두야 학교 가자' 이후 2년여 만에 13일부터 SBS TV 수목드라마 '건빵선생과 별사탕'(극본 박계옥, 연출 오종록 김형식)에 출연한다. 임무를 수행해내면 정식 교사로 발령난다는 조건을 달고 부임하는 임시 교사 나보리역이다. 그는 자신의 배역에 대해 "마음은 여고생인, 아직은 소녀이고 싶은 선생님"이라고 정의한다. 나보리는 아버지가 출가하고, 어머니는 아버지를 찾아 보리ㆍ선재 자매를 방치하다시피한다. 졸지에 소녀 가장이 된 보리는 교생 선생 지현우(김다현 분)를 마음에 두지만 여러 사건으로 퇴학당한다. 그 후 지현우가 두고간 검정고시 책자로 공부하여 지방 사범대 진학에 성공한다. 모교에 임시 교사로 발령나 미술 교사가 돼있는 지현우와 재회한다. 보리의 능력을 꿰뚫어본 지현우의 지혜로 그는 한 가지 조건만 채우면 정식 교사로 발령나게된다. 지현우의 문제아 조카 박태인을 무사히 고교만 졸업하게 하는 것. 박태인은 공유가 맡았다. 초반은 지현우와, 극이 전개되면서는 본격적으로 박태인과 감정을 엮는다. 지현우에 대한 감정은 그대로인 것 같은데도 박태인에게 교사로서, 여자로서 또다른 감정을 품게 되는 것. 여고시절 풋사랑의 감성을 연기해야 할 공효진은 "사실 요즘 학생들이 보리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을 지 걱정돼요. 나만 해도 선생님을 좋아했던 기억이 없는데 요즘은 특히나 학생들이 선생님에 대한 존경과 애정이 없다고 말하는 세상이잖아요"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상두야 학교 가자'에서도 그는 교사역이었다. 더욱이 극중 상두 딸 이름이 보리여기 때문에 나보리 역을 선뜻 맡기 힘들었다. "'상두…'에서 은환은 여성스러운 캐릭터였어요. 그런데 보리는 웃기고 엉뚱하면서도 이웃집 누나같은 평범함을 갖고 있죠. 코믹의 진수를 보여줄 수 있을 건데, 아마 숨겨놓은 저의 필살기가 제대로 드러날 거예요. " 그리 강한 역을 연기하지 않았음에도 그는 강해보인다. 또한 스스로 확실한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재주를 지녔다. 오종록PD는 공효진을 두고 "처음 며칠은 지금까지 해온 것 처럼 뭔가를 보여주기 위해서 연기하는 바람에 수차례 NG가 났으나 4~5일 지나니까 금방 아주 평범한 여자가 되더라"면서 "캐릭터 적응력이 아주 뛰어난 배우"라고 평했다. 공효진은 '화산고'에서 선보인 와이어액션, '눈사람'에서 보여준 사랑의 감성, '품행제로'에서 실제처럼 드러난 '막가파'식 성질 등을 고루 보여줘야 한다. 제작발표회가 있던 날도 경찰서에서의 장면을 촬영하느라 수갑찼던 팔목에 시퍼런 멍이 들어있어 얼마나 몸을 아끼지 않고 있는지 간접적으로 보여줬다. 모처럼만의 드라마 출연. 시청률이 걱정되지 않을까. "왜 안되겠어요. 사실 오종록 감독님 연출의 드라마를 너무 하고 싶었죠. '해피투게더', '피아노', '사랑한다 말해줘'까지 모두 너무나 인간적인 작품이었던데다 대부분 시청률도 높았잖아요. (웃음) 난 지금껏 작품성은 인정받았는데 대부분 10% 중반대에서 그쳤어요"라며 20%대를 한번쯤은 넘기고 싶은 마음"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랬다. '눈사람'도, '네 멋대로 해라'도, '상두야 학교가자'도 늘 화제가 됐던 작품인데 드라마 데뷔작이었던 '화려한 시절'만 빼면 모두 시청률은 그저 그랬다. 그가 할 연기가 '여전히 소녀에서 머무르고 싶은 성인'인데, 실제는 어떨까. "우리나라에서 제 또래 24~25살의 여성은 아직도 '자아'를 찾지 못한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꿈이 뭔지도 모르고 살아가고. 그런데 보리는 선생님 곁에 머물고 싶은 확고한 꿈이 있는데 그 과정에서 점점 눈을 뜨고, 세상을 넓게 보는 방법을 배울 것 같아요. 나 역시도 그렇지 않을까요?" (서울=연합뉴스) 김가희 기자 ka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