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도록 적막한 한겨울 밤.


소리 없이 내린 눈은 하룻밤새 허벅지까지 잠길 정도로 쌓인다.


곤돌라에 몸을 싣고 슬로프 정상에 서니 하얀세상 아래로 멀리 동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그러나 맑은 하늘도 잠시.


어느새 또 눈발이 몰아쳐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얼굴을 때린다.


매서운 바람을 뒤로하고 자작나무가 만든 긴 터널에서 홀로 활강을 시작한다.


무릎까지 차오른 눈 때문에 자세잡기가 힘들다.


속도가 좀 빨라지는가 싶더니 아니나 다를까 이내 중심을 잃고 넘어진다.


눈이 푹신해 아픈 곳은 없지만 눈 속에 파묻힌 몸은 좀처럼 빼내기가 힘들다.


그대로 잠시 누워 눈을 감고 있으면 아득한 어린 시절의 추억 속으로 빠져든다.



일본 혼슈 꼭대기에 위치한 아오모리현은 겨울스포츠의 천국이다.


그 중심에 아지가사와 스키장이 있다.


2003년 아오모리 동계 아시안게임 때 스노보드 경기를 개최했던 만큼 코스가 다이내믹하고 눈의 질이 좋다.


습기가 적고 밀가루처럼 곱고 부드러운 '파우더 스노'는 눈이 꽁꽁 얼어붙거나 축축하지 않아 골탕 먹는 일이 없다.


인공설 위에서만 스키를 타온 한국인들에겐 1백% 자연설 슬로프는 잊혀지지 않는 쾌감을 선사한다.


한 겨울 적설량은 3∼4m에 달한다.


먼저 쌓인 눈이 다져지기도 전에 새 눈이 덮여 스키어들은 매일 새로운 슬로프를 마주하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다.


부츠 발목까지 차오르는 파우더를 헤치며 전진하기란 처음엔 쉽지 않은 일.그러나 조급해하지 말고 크게 턴을 하면 이내 진짜 스키하는 맛을 알게 된다.


후지산을 닮아 '쓰가루의 후지산'이라 불리는 이와키산에 자리잡은 아지가사와 스키장은 초보자 위주로 설계됐다.


4명 정원 고속 리프트 2개와 2명 정원의 로맨스 리프트 2개,6인승 곤돌라 1개를 갖추고 있어 스키어를 각 슬로프 꼭대기로 실어나른다.


코스는 총 14개로 각각의 슬로프를 이어 놓으면 22km에 달한다.


그 중 3.4km의 파노라마 코스는 이 스키장에서 가장 긴 슬로프를 자랑한다.


초급과 중급자 코스가 적절하게 나뉘어 있고 급경사가 없어 스키어들의 연습 코스로는 아주 그만이다.


초보자라고 해서 겁을 먹을 필요도 없다.


스키 강습은 처음부터 실전으로 이뤄진다.


강사와 말이 잘 통하지 않더라도 동작을 따라 슬로프를 내려오다 보면 누구라도 빨리 초보 탈출이 가능하다.


표고차 5백25m로 다이내믹한 스키런을 즐길 수 있는 코스도 있다.


이와키산은 고지대라 그런지 눈보라가 매섭다.


고글을 쓰지 않으면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발이 날린다.


하지만 방한 장비를 적절하게 갖췄다면 한국에서는 즐길 수 없는 눈보라 속 스키가 새로운 쾌감을 준다.


리조트에 머무는 사람만이 이용하는 스키장이기 때문이다.


객실 1백70개에 평일은 2천명,스키어가 몰리는 주말에도 5천명 정도가 이용한다.


'황제 스키가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우리나라보다 1시간 일찍 저무는 석양을 바라보며 지친 몸을 녹이는 노천탕을 즐기는 것은 빼놓을 수 없는 코스.


스키장 리조트에 바로 깔끔한 온천이 있지만 30여분 정도 이동하면 유서 깊은 전통온천을 만날 수 있다.


이와키마을 다케온천에 자리잡은 야마노호텔은 왕족 같은 손님들이 묵는 고풍스러운 곳.


3백년의 역사와 우유 빛이 나는 온천물이 특징이다.


오와니마치라는 마을에 자리잡은 오와니 온천은 8백년 역사와 따뜻한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


만성관절염 류머티즘,요통,찰상,신경통 등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지가사와(아오모리현)=엄혁 기자 ulara7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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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수첩 ]


대한항공이 매주 수.금.일요일 3회 아오모리 직항편을 운항한다.


2시간40분 걸린다.


공항에서 아지가사와 프린스호텔까지는 셔틀버스(1시간10분 소요,예약 필수)가 운행된다.


개별적으로 이동하려면 8인승 점보택시가 가장 편한데 1인당 요금은 3천4백엔.


버스를 이용할 경우 히로사키까지 가서 아지가사와 스키장행 노선버스로 갈아타면 된다.


호텔을 기준으로 1인당 1박2식에 평일 1만4천1백50엔,토요일이나 휴일은 1만5천6백50엔 정도가 든다.


3월8일부터는 2천엔 정도 인하.


북도호쿠 3현.홋카이도 서울사무소(02-771-6191,www.beautiful.or.kr)는 아오모리,아키타 스키&온천 여행상품을 기획했다.


스키&온천여행은 아키타.다자와 3일(39만9천원),다자와 4일(49만9천원),아오모리 모야힐즈 3일(39만9천원),아지가사와 3.4일(49만9천~59만9천원),모야힐즈 4일(49만9천원)을 선택할수 있다.


온천&자유여행은 아키타 3.4일(39만9천~49만9천원),아오모리 3.4일(49만9천~59만9천원)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