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배우 기근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작년 9월 병역비리 사건이 터져 남자 배우들의 군입대가 피할 수 없는 현실로인식되고 난 후 연이어 군입대로 활동을 중단하게 됐기 때문이다.

송승헌, 한재석, 장혁 등에 이어 박정철, 윤계상, 홍경인, 김인권 등이 입대했으며 소지섭, 이정진도 이달 28일 입대 예정이다.

원빈, 지성, 연정훈도 올해 내 군입대가 예정돼 있다.

이외에도 아직 정확한 시기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미국 영주권을 포기한 에릭을 비롯해 박광현, 양동근 등도 군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소지섭의 경우 전격적으로 입대 날짜가 결정됐다.

소지섭 측은 올 가을께나 입영 통지서를 받을 것이라 예상하고, 드라마 출연과 일본 활동 등을 계획했다 이를모두 취소해야 했다.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 소지섭과 호흡을 맞췄던 SBS 드라마국 최문석 PD는 "올 6월께 작품에 들어갈 예정인데, 소지섭과 출연 문제를 논의하던 도중 갑작스레입대 날짜가 정해져 당혹스러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캐스팅할 때 병역 문제를 먼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난감해했다. 작년 가수에서 연기자로 성공적인 변신을 한 윤계상 역시 KBS 2TV 드라마 '쾌걸춘향'에 캐스팅된 상태에서 갑작스레 입대하게 돼 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이처럼 군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남자 배우들이 많아 드라마 캐스팅에 비상이걸렸다. 소지섭, 윤계상의 경우에서 보여지듯 언제 입영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남자 배우 품귀 현상이 갈수록 가시화하고 있으며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더욱이 '대한민국=드라마 왕국'이라 할 정도로 각 방송사의 드라마 편성 비중이높아져 있는 데다 영화와 드라마 모두 남자 배우 의존도가 높다.

특히 드라마는 주연배우진에 남자 배우 2명, 여자 배우 1명 구도로 짜여지고 있기에 상대적으로 여배우보다 남자 배우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한 방송사 고위관계자조차도 "드라마 편수를 줄이지 않는 이상 절대 해결되지않을 문제인데, 방송사 경영구조상 광고가 가장 확실하게 붙는 드라마를 줄이기 힘들어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할 정도다.

이 때문에 아직 연기력이 검증받지 못했거나 스타성에서 뒤쳐진 배우들이 대거주연급으로 올라설 수 밖에 없다.

그들에게는 기회일 수 있으나, 시청자들로서는 내공이 부족한 연기를 봐야 하는 곤욕을 치러야 한다.

또 스타성이 뛰어난 주연급 배우의 경우 1년에 한 작품 정도 출연했으나 이젠 1년에 두 작품 정도 이끌게 되며, 그들의 개런티도 갈수록 올라가고 있다.

회당 1천만원에 놀랐던 개런티가 불과 1-2년 사이 2천만원 가까이로 뛰어올랐다.
이 경우엔제작비의 배우 치중 현상이 더욱 심해진다.

배우로서도 충분한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 힘들 뿐더러 시청자들도 비슷한 패턴의 연기를 봐야 한다.

어차피 이 같은 문제가 현실이라면 보다 적극적인 배우 발탁이 요구된다.

`홍길동'을 통해 무명의 연극배우 김석훈을 발탁했던 정세호 PD는 "연기력 탄탄한 연극배우들을 활용하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연극 배우는 주로 외모 때문에 조연급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연기력을 승부수로 띄울 수도 있는 것"이라 말했다.

3월 중순께 SBS TV '그린 로즈'를 연출할 김수룡 PD도 "PD들의 배우 조련 능력이 요구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20대가 중심이 아닌, 30대 배우들이 노련한 연기를 볼 수 있는 작품 기획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현상. MBC '앞집 여자'에 이어 KBS의 '두번째 프로포즈'가 성공했기 때문인지 SBS도 '세잎클로버'에 이은 월화드라마에 손창민 신애라 주연의 '불량 주부'를 방영한다.

안재욱을 주연으로 내세워 새로운 드라마 감각을 보여줬던 KBS '오! 필승 봉순영' 역시 반드시 어린 스타를 내세워야 성공하는 게 아님을 증명했다.

앞으로 방송계가 어떻게 '난국'을 헤쳐나갈지 두고 볼 일이다.

(서울=연합뉴스) 김가희 기자 ka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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