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TV 특별기획 `봄날'(극본 김규완, 연출 김종혁)이 답보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봄날'은 10년만에 컴백하는 고현정 특수를 톡톡히 누리며 기분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첫 회 시청률이 단숨에 26.9%(이하 닐슨미디어리서치 조사결과). 2000년 이후 방영된 드라마중 세번째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고현정 효과'가 눈에 띄게가시화됐다.

그런데 그 이후 좀처럼 전기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파리의 연인'의 경우 첫방송에서 23.3%로 시작한 후 2주차만에 32.5%를 기록했다.
방영 4주차에 41.2%를 나타내 한주 한주 성큼성큼 수치가 올라갔다.

그런데 `봄날'은 23일 30.5%를 기록했을 뿐 27~29%대에서 숨을 고르고 있다.

이에 `봄날' 제작사와 제작진, SBS측은 이유 분석과 대책 마련에 여념없다.
초반의 화제성에 주요 연기자들의 고른 호연이 밑바탕된 상태에서 4주 동안 답보상태인 게 답답하기 때문이다.

일단 관계자들은 더 이상 발전되지 못하고 있는 고은호(지진희)-고은섭(조인성)형제와 서정은(고현정)의 관계에 첫번째 이유를 두고 있다.
치밀한 감정선의 묘사가이뤄져왔지만 2주 연속 고은섭의 진한 감정에만 기댄 탓에 시청자들에게 별다른 화면 변화를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 7회 횡단보도 신을 비롯해 조인성은 조인성대로 뛰어난 연기를 펼쳤음에도 시청자들에겐 4회 연속 비슷한 톤의 연기로만 인식되는 역효과가 나고 있다.

서정은의 답답한 캐릭터도 시청자들을 쉽게 감정이입을 시키지 못하고 있는 요인. 고현정이 화장기 전혀 없는 얼굴로 10년동안 녹슬지 않은 연기력을 과시하고는 있지만, 캐릭터의 무거움에 갇혀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거기에 난데없이 등장한 민정역의 한고은은 물과 기름처럼 드라마에서 겉돌고 있다.
시놉시스상에서도 민정 역은 네번째에 꼽힐 정도로 주요 배역에 속한다.
문제는 한고은의 발랄함이 시종 무거운 분위기였던 세사람을 활기차게 이끄는 게 아니라`오버'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 정도로 간극이 벌어져 있다는 점. 제작진 내부에서조차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다.

`꽃보다 아름다워'로 좋은 평을 들었다가 `장길산'에선 주춤했던 한고은으로서는 `봄날'에서 얼마만큼 자기 역할을 해주느냐가 연기자로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제작진은 반환점을 도는 10회와 11회를 분수령으로 삼을 예정이다.
제작 관계자는 "고은호의 기억을 빨리 되찾아 세 사람의 갈등을 본격화시키고, 시청자들에게 뭔가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주 강원도 강릉에서 고은호가 기억을 되찾는 장면을 촬영할 예정이다.

한 출연 배우는 "우리가 너무 배부른 소리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른 드라마는 조기종영되기까지 하는데 시청률이 더 나오지 않는다고 조급해하고 있으니…"라며 씁쓸해 했다.

많은 사람들의 기대가 오히려 족쇄가 돼있는 상황에서 작가와 연출이 얼마나 중심을 잡고 초심을 잃지 않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서울=연합뉴스) 김가희 기자 ka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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