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한복판인 세종로에 위치한 세종문화 회관. 이곳에도 미술관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때는 각종 화환들이 미술관 출입구를 가로막는 기간뿐이다. 그나마 각종 협회전, 단체전, 개인전을 축하하기 위해 연고가 있는 유명인이나 기업들에서 보내온 화환이기 때문에 일반인은 보통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하지만 세종문화회관 내 미술관 전시면적은 본관 320평, 신관 180평, 별관인 광화문갤러리 170평에다 최근 개관한 광화랑 40평을 합해 총 710여 평에 이른다. 전시공간이 한 곳으로 집중되지 않고 따로 떨어져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하겠지만 관람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인사동의 인사아트센터 전시면적이 500평 정도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그 규모가 부족하다고 할 수 없다. 도심 한복판이라는 교통의 요지, 풍부한 전시면적에도 불구하고 서울 시민들의 관심권 밖에 있었던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이 앞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이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우선 세종로 지하보도 내의 광화랑과 지하철 5호선 역사 내의 광화문 갤러리 및 야외공간을 대중적인 전시장소로 활용함으로써 시민들에게 친숙한 문화공간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겠다는 것. 특히 세종문화회관 남측 보도 쪽의 황량한 벽면을 설치미술작품 공간으로 항상 제공하는 `세종아트스트리트 프로젝트'를 추진해 야간에도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자체 기획전의 경우 직장인들이 퇴근후에도 관람할 수 있도록 목요일과 금요일 전시장 개방시간을 연장, 운영할 계획이다. 본관의 경우 순수미술전 중심의 기획전시로 꾸미고 극장과 접해 있는 신관은 일반인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대중적 전시를 기획하는 등 전시장별로 특화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1년 단위 혹은 단발적인 기획전시에서 탈피해 전시기획기간을 2, 3년으로 늘려 내실을 꾀하는 한편 자체 인력과 예산만으로는 불가능한 대형전시도 전시의도와 질, 상업성문제 등을 검토해 외부 기획사와 공동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세종문화회관 전시부를 맡은 지 한 달째인 최성철 부장은 올 한해 미술관 전시는 대부분 예전에 기획됐거나 이미 대관이 결정된 것으로 내년부터 새로운 기획력을 선보이겠다며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이 시민의 사랑을 받는 전시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정체성 확보가 가장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공연장으로서 세종문화회관의 전체위상은 커졌지만 미술관 위상은 세종문화회관 산하 예술단체들에 비해 왜소하다. 9개 산하 예술단체의 공연사업비가 올해 67억 90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43% 늘었지만 전시예산은 올해 2억6천만 정도로 늘어날 예정. 공연예산에 비해 턱없이 적은 액수다. 서울시가 직접 운영하는 서울시립미술관, 국고와 자체 수익금 등으로 운영되는 특별법인인 예술의전당 내 미술관 등과 어떻게 차별화를 꾀할 것인가도 고민거리다. 이와 함께 전문적인 큐레이팅 능력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에도 노력을 쏟아야 한다. 현재 전시부 인력은 부장을 포함해 5명, 이중 큐레이팅은 과장 혼자 담당하고있다. 기획전의 경우 외부 큐레이터들을 활용한다지만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대관전의 질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도 큐레이팅 능력 제고는 필수적일수 밖에 없다. 세종문화회관미술관은 이 같은 정체성 혼란과 큐레이팅 능력 부재 때문에 미술전문지 `미술세계'가 4일부터 개최하는 `코리아아트 페스티벌'에 공동주최자로 이름을 올리는 우를 범하기도 했다. 미술세계는 생존작가 2천222명의 대표작품과 작품론, 작가 개인정보를 수록한 `대한민국현대미술작가총서'를 발간하는 것에 맞춰 이 행사를 개최하지만 선정된 작가의 대표성 등에서 쑥덕공론이 끊이지 않을 행사이기 때문이다.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측은 전임 전시부팀이 사전에 공동주최를 약속한 행사라서 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올해 세종문화회관미술관은 젊은 한국화가들의 활동상을 보여주는 `한국화모색전'(9.14-10.3.본관), 고미술명품전(8.17-30.신관), 다중지능을 통한 어린이 미술체험전 `터치, Touch'(4.1-5.23.광화문갤러리), 야외조각및 설치미술전 `한국미의 재발견'(봄 가을 연2회.데크프라자 및 야외공간)을 준비했다. 광화랑에서는 청계천 다리복원 기금 마련전으로 `건축가 원제무의 서울의 영감, 풍경의 매혹전'(2.17-3.17)과 어린이 인터넷 공모전 `우리 동네 지도로 그려보기'(3.22-5.30), `미술가의 눈으로 바라본 우리 서울전'(6.1-7.4), 설치미술전 `서울과 어깨동무하기'(7.7-8.8)이 개최된다. (서울=연합뉴스) 류창석 기자 kerbero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