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진 배우 연정훈(27)이 13일 개봉한 멜로영화 `키다리 아저씨'(감독 공정식, 제작 유빈픽쳐스)를 통해서도 지고지순한 사랑 연기를 펼치며 스크린 데뷔를 했다.


정확히 말하면 그는 내주초 결혼발표를 할 예정이다.


상대는 배우 한가인.


두사람은 최근 불거진 결혼설에 대해 지금껏 가타부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둘의 매니지먼트는 내주 중 공식 결혼 기자회견을 준비 중이다.


MBC 드라마 `슬픈연가'와 영화 `연애술사'의 촬영을 하느라 개봉전 스케줄이 나지 않았던 연정훈은 개봉일인 13일 오후에야 `키다리 아저씨'와 관련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영화사와 그의 매니저들은 인터뷰 며칠전부터 "절대 결혼에 관해서는 어떤 질문도 하지 말아달라. 만일 질문을 하면 아마 인터뷰가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부탁하는 촌극을 펼쳤다.


하긴 인륜지대사라 쉽게 말하는 것이 어렵기도 할 터.


그러나 어찌 뻔히 눈 가리고 아웅하랴.


"묻지 말라고 부탁한 것은 진짜 묻지 말아야 하냐"고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그는 보조개가 쏙 들어가는 웃음을 배시시 지어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입 닫아놓고 살려니 참 힘들겠다"고 했더니 이내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면서 "그러니까요! 저도 미치겠어요. 아으…"라고 내뱉었다.


스스로도 심히 답답하다는 표정.


며칠 있으면 속시원히 사연을 들을 수 있을는지.


다시 영화 얘기로 돌아와서, 그는 스크린 데뷔작으로 왜 `키다리 아저씨'를 선택했을까.


(신장 180cm인 그는 스스로 "다리 길이가 중간은 된다"고 했다.)


"예전부터 영화를 하게 되면 `8월의 크리스마스'나 `내 마음의 풍금' 같은 정적인 영화를 첫작품으로 해보고 싶었다."


사실 `키다리 아저씨'는 여자 영화다.


여주인공 하지원의 비중이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월등하다.


TV 드라마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는 그로서는 성에 차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큰 이야기는 준호(연정훈의 극중 배역이름)가 끌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크게 보고 결정했다."


연정훈은 농담도 툭툭 던지며 굉장히 편하고 시원스럽게 대화를 하는 스타일이었다.


그의 이름을 대면 떠오르는 조용하고 차분한 이미지와는 차이가 있었다.


그런 그가 `키다리 아저씨'에서도 대단히 다정다감하고 내성적인 캐릭터로 등장했다.


"극중 캐릭터가 상당히 제한적이라 힘들었다. 조금이라도 튀면 안됐다"는 그는"내숭 떠는 것 같았겠다"고 했더니 "그렇다"며 웃었다.


연정훈은 1999년에 데뷔했다.


한동안은 그저 중견 탤런트 연규진의 아들로 유명했을 뿐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다 2003년 출연한 KBS 일일극 `노란 손수건'에서 주목받으면서 지금까지 쉼없이 달려왔다.


인기를 반영하는 `겹치기 출연' 역시 이때부터 지금까지 쭉이다.


"나도 모르겠다. 왜 이제와서 날 이렇게 찾는지"라며 웃은 그는 "그래도 재미있다. 인기 없을 때 못해봤던 역할을 많이 해보니까 한이 풀리는 것도 같고…"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처음에 겹치기 출연할 때는 죽을 뻔 했다. 너무 힘들었다. 지금은 그나마 몸에 익었는데도 나이가 드니까 한해한해가 다른 것 같다. 요즘 무릎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다. 상처가 나도 잘 안 낫는다"며 엄살을 떨었다.


다시 물었다.


"매력이 뭐냐."


"다들 편안함인 줄 알지만 그보다는 어떤 캐릭터가 주어져도 튀어보지 않는 것아닐까. 다 묻혀갈 수 있는 마스크인 것 같다. `키다리 아저씨'를 스크린으로 처음볼때 `난 왜 저렇게 밋밋하게 생겼을까'라며 괴로워했다.(웃음)"


그래도 은근히 자랑했다.


`슬픈연가'에 함께 출연 중인 홍석천이 `키다리 아저씨'의 시사회를 보고는 "넌 TV보다 스크린이 낫다"고 말했단다.


송승헌 대신 `슬픈연가'에 출연하게 됐을 때의 심정은 어땠을까.


"감독님(유철용 PD)을 만났을 때 그 처절했던 상황이 잊혀지지 않는다. 캐스팅이 안돼 분위기가 말이 아니었다. 사실 그런 종류의 역(사랑을 통해 변화를 겪는 반항적인 재벌2세)은 하고 싶었고 할 생각도 있었다. 다소 빠른감이 있었지만 욕심이 났다. 송승헌씨 팬들로부터 안 좋은 소리도 많이 들었지만 오히려 그런 소리를 잠재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한번 잘해보고 싶었다."


그는 오는 11월에 군대에 간다.


입대영장도 나왔는데 아직 날짜는 숙지하지 못했다며 웃었다.


입대할 때는 `어른' 대접을 받고 있을 지 기대된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