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순간을 절묘하게 포착해내는 스위스 사진작가 쟝 모르(80)와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는 영국 소설가 존 버거(79).둘은 40여년간 함께 일하며 우정을 나눴다.


그들이 오랜 삶의 여행길에서 만난 풍경들은 쟝 모르의 사진 50만장 속에 오롯이 담겨 있다.


그 수많은 생의 표정들 중에서 특별한 1백1장의 사진이 에세이와 함께 '세상 끝의 풍경'(쟝 모르·존 버거 지음,박유안 옮김,바람구두,1만2천원)이라는 책으로 묶여 나왔다.


일흔 살에 암 수술을 받고 '세상 끝'에서 새 삶을 얻은 쟝 모르는 주마등처럼 스치는 지난 시절의 흔적들을 하나씩 간추린다.


신혼여행지였던 그리스의 피레우스 해변부터 북극 파르란드 마을과 스코틀랜드의 외딴 섬,1960년대 북한의 맨발 소녀,마닐라의 정신병원과 인더스·갠지스강이 만나는 곳의 힌두 순례자들까지….병에서 회복되자마자 다시 찾아간 멕시코 치아파스에서의 감회도 웅숭깊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