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시대 지어진 금강산의 이름난 사찰 신계사(神溪寺)가 53년간의 긴 침묵 끝에 남북통일의 염원을 머금고 새롭게 태어났다. 신계사 대웅보전 낙성식이 대한불교 조계종ㆍ북측 조선불교도연맹ㆍ현대아산㈜공동 주최로 20일 신계사 터에서 사부대중 4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성대하게 치러졌다. 1951년 6ㆍ25 때 폭격으로 소실돼 석탑 등만이 남아 있던 신계사는 지난 4월 착공에 들어간 뒤 약 7개월 만에 복원불사의 첫 결실인 대웅보전 준공을 보게 된 것. 금강산관광 6돌(19일)에 때맞춰 열린 행사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 신계사 복원추진위원장 종상 스님, 현정은 현대 회장,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 유홍준문화재청장, 시인 고은씨 등이 참석했다. 북측에서는 최일람 문화보존지도국 설비보존차장 등 4명이 직접 행사를 지켜봤다. 행사는 대웅보전 현판 제막식에 이어 경과보고, 종상 스님의 인사말, 법장 스님의 봉행사, 종정 법전 스님의 법어, 김윤규 사장의 축사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종상 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대웅보전 낙성식은 분단 후 최초로 북측 지역의 전통사찰을 복원하고, 남측 스님이 북측에 처음 상주하는 의미를 지닌다"고 전제한 뒤"이는 남북이 상호호혜와 평등에 기초해 만났다는 것이며, 민족의 평화적 공존과 통일이 멀지 않았다는 기쁜 소식을 일깨워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장 스님은 봉행사에서 "신계사 복원은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민족화합과 통일의 초석을 놓는 것"이라며 "신계사가 민족통일의 기도도량으로 회향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법전 스님은 원로회의 의장 종산 스님이 대독한 법어를 통해 "대결과 갈등은 화해와 단결로 바뀌고, 분단과 단절은 교류와 소통으로 변화하고, 번뇌와 차별은 보리와 평등으로 승화되는구나"라며 "무명인(無明人)은 유남북(有南北)이나 명안사(明眼師)는 무상하(無上下)로다. 어두운 사람에겐 남북이 있으나 눈 밝은 사람은 상하조차도 없도다"라고 설했다. 신계사의 말사인 법기암에서 수행했던 효봉 스님(전 총무원장)의 제자 고은씨는축사에서 "스님은 법기암에서 엉덩이살이 물러질 만큼 수행정진하셨다"면서 "대웅보전이 새롭게 들어선 것을 보니 스님의 생전 모습이 절로 떠오른다"고 회상했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신계사 복원은 남북의 문화재 복원사업 가운데 가장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유점사 등 금강산의 나머지 사찰들도 하루빨리 제모습을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주영ㆍ정몽헌 부자의 위패가 안치돼 있는 도선사의 주지 혜자 스님은 금강산관광사업을 시작해 신계사 복원의 길을 연 고인들의 극락왕생과 조국통일을 기원하는 글을 새겨 대웅보전에 헌공했다. 신라 법흥왕 5년(519년) 보운 스님이 창건한 신계사는 빠르면 2007년까지 해방이전 사진 속에 남아 있는 원형대로 복원될 예정이다. (금강산=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anfou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