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1층에 죽 늘어선 수입화장품 매장. 화장품이라도 하나 살까해서 구경하다보면 어느새 뽀얀 얼굴의 매장 직원이 다가와 제품을 소개하기 시작한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손은 지갑으로 가있고 이름도 읽기 어려운 그 고가의 화장품은 화장대 위에 자리를 잡는다. 그 때부터는 그저 '비싸니까 좋은가보다'하고 쓴다. 고가의 화장품과 할인매장 화장품의 차이는 그저 화장을 고치려고 손가방에서 화장품을 꺼냈을 때 느껴지는 주변의 시선, 오직 그것뿐이다. 화장품 하나를 살 때마다 이런 상황에 맞닥뜨리는 수많은 여성들을 위한 화장품해설서 '나 없이 화장품 사러 가지 마라'(소담출판사 刊)가 번역돼 나왔다. 미국의 화장품 전문가인 폴라 비가운이 쓴 책으로 솔직한 화장품 사용후기와 화장품에 대한설명이 흥미롭게 적혀있다. 저자는 먼저 화장품의 성분을 둘러싼 허위 정보를 조심하라고 충고한다. 화장품 성분은 기본적으로 모두 화학 성분이라는 점과 식물성분보다 합성성분이 더 좋은 예가 많다는 점, 천연이라고 모두 피부에 좋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 화장품을 팔기 위한 미사여구, 광고용어 등의 거품을 걷어낼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저자극성', '피부과 전문의가 테스트한', '여드름을 유발시키지 않는' 등의 설명은 대부분 있으나 마나 한 의미없는 말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이 알고 있는 피부에 관한 지식과 피부관리법을 소개한다. 화장품 성분에 따라 어떤 때에 사용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려준다. 이 책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화장품 사용후기이다. 저자는 아베다, 비오템, 샤넬, 크리스찬 디올, 크리니크, 오리진스, 시세이도, 시슬리 등 35개의 화장품 브랜드의 제품을 꼼꼼하게 설명하고 브랜드에서 나오는 기초ㆍ색조제품들의 장점과 단점을 지적한다. 저자는 비판적인 시각으로 모든 화장품을 평가한다. 각 제품마다 '훌륭한 제품', '평범한 제품', '실망스러운 제품', '비싼 제품', '추천하는 제품' 등 한눈에 들어오는 평가도 해놓아 보기도 쉽다. 최지현 옮김. 580쪽. 1만9천원. (서울=연합뉴스) 안인용 기자 djiz@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