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진 감독은 코미디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신라의 달밤''광복절 특사' 등으로 3연속 흥행 홈런을 때리며 코미디 감독으로 입지를 굳혔다.


그의 신작 '귀신이 산다'도 비슷한 맥락에서 만들어진 영화다.


그래서인지 초반부의 도식적인 구성은 다소 지루하고 기존 작품들로부터 패러디한 웃음 코드 역시 신선함을 반감시킨다.


'인간 대 귀신의 주택분쟁 코미디'라고 적힌 포스터 문구처럼 이 작품은 '자린고비' 박필기(차승원)가 고생 끝에 장만한 새 집에서 전 주인인 귀신(장서희)과 벌이는 다툼과 화해를 다뤘다.


공포의 대상인 귀신을 주역으로 끌어온 것은 순수 코미디영화로는 드문 일이다.


영화 도입부에서 박필기가 겪는 끔찍한 경험들은 공포가 아니라 웃음을 유발하지만 그 강도는 미약하고 지속적이지도 못하다.


귀신이 등장하기까지 무려 40여분 동안 주인공에게 펼쳐지는 '원인 모를' 사건들이 귀신의 짓임을 관객들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시작 후 10여분만에 귀신이 정체를 드러냈더라면 관객과의 접점이 한결 가까워졌을 것이다.


하지만 필기와 귀신이 만난 이후 벌어지는 소동은 오히려 재미있다.


모습을 드러낸 귀신은 살아 있는 여인네와 다름없기에 우스꽝스럽다.


공포란 대상의 실체를 모를 때 생기기 때문이다.


소통 부재야말로 두려움의 근본이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 작품은 공포영화 '디 아더스'의 설정을 뒤집어 '귀신과 사람이 대화한다면 코미디일 것'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디 아더스'에서는 동거 중인 사람과 귀신이 서로 교류하지 못하기 때문에 끝내 공포영화로 남았다.


필기의 상사인 장 반장(장항선)의 몸에 귀신의 혼이 들어가는 장면은 '사랑과 영혼'에서 점술사 우피 골드버그가 빙의를 접한 모습과 흡사하다.


수천 마리의 닭을 동원한 장면은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새'에서 불가사의한 공포의 은유로 사용됐던 새떼를 패러디했다.


박영규가 TV 화면 밖으로 기어 나오는 모습은 공포영화 '링'에서,귀신들과 건설업자들간 한판 대결은 김 감독이 전작들에서 즐겨 썼던 마무리 방법이다.


17일 개봉,12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