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11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제법 선선해진 가을 날씨 속에 예술의전당이 2004-2005 시즌의 새 기획 프로그램으로 마련한'목요일의 브런치, 11시 콘서트'가 첫 막을 올렸다. 공연시작 시간으로는 이례적인 오전 11시, 이른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이날 콘서트홀은 1천500여명의 관객들로 1-2층 객석이 거의 가득 찼다. 연인 혹은 친구 사이로 보이는 20-30대 젊은 관객들도 눈에 띄었지만, 예상대로관객 대부분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공연장을 찾은 주부 관객들이었다. 이날 연주된 프로그램은 그리그의 '페르귄트 모음곡' 중 '아침의 기분'과 '솔베이크의 노래',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 중 '몰다우',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라벨의 '볼레로' 등. 금노상 지휘의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소프라노 박미혜, 피아니스트 김진호 협연으로 1부는 상큼한 아침 분위기에 어울리는 표제음악들로, 2부는 변주 등의기법으로 관현악의 묘미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작품들로 꾸며졌다. 무대 왼쪽에는 김용배 예술의전당 사장이 직접 해설자로 나서 눈길을 끌었다. 그는 과거 수년간 클래식 방송을 진행했던 경험자답게 유려한 말솜씨로 2시간여의음악여행을 지루하지 않게 이끌어나갔다. 각각의 작품 전곡을 감상하기에 앞서 주제가 되는 부분을 중간중간 잘라 해설과함께 들려주기도 했다. "스메타나의 '몰다우'는 체코 남쪽 고원에서 북으로 흐르는 몰다우강을 따라 펼쳐지는 정경이 묘사돼 있죠. 농부들의 결혼식, 달빛 아래 요정들의 춤, 고요한 강물의 모습이 차례로 나타납니다. 고요한 강물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험한 급류는 어떻게 표현돼 있는지 우선 한번 들어볼까요?" 드라마 '불새'의 주제곡으로 유명해진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가 연주되기전에는 무대 위 스크린에서 실제 드라마속 한 장면이 펼쳐지기도 했다. 피아니스트 김진호가 협연한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은 파가니니의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카프리스 1번'의 주제 선율을 라흐마니노프가 24개의 변주로엮은 작품. 전곡이 연주되기 전에는 각각의 변주를 따로 나눠 해설과 함께 핵심적인 부분만우선 들려줬다. 특히 24개의 변주 가운데 감미로운 선율로 유명한 제18변주를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관객들의 탄성이 터져나왔다. "저는 처음엔 작곡가가 반복되는 변주에 변화를 주기 위해 이 18변주를 일부러집어넣은 줄 알았어요. 하지만 음악을 공부하고 나서 이 멜로디가 기가막힌 복선이란 것을 알았습니다. 주제선율을 거꾸로 뒤집은 형식이었던거죠. 일단 그 부분만 한번 들어보시겠어요?" 중간 휴식시간과 공연이 끝난 후 콘서트홀 로비에서는 커피와 빵을 즐기며 담소하거나 기념촬영을 하는 주부 관객들의 모습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다. 잠원동에서 왔다는 안정자(57.주부)씨는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랑 둘이 왔는데프로그램에 대한 해설과 특히 오전이라는 시간대가 아주 신선하다"고 말했다. 이번 '11시 콘서트'는 김 사장이 취임 직후 손수 공연기획팀에 낸 아이디어로마련된 것. 프로그램 구성부터 해설, 무대 위 스크린을 통한 영상 연출까지 그의 아이디어가 곳곳에 배어 있는 무대였다. 김 사장은 "오전 시간대에 신선한 기분으로 클래식을 즐기고 싶어하는 틈새관객층이 분명히 있을거라 생각했다"며 "처음이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관객들이 많이 찾아와 감사하다"고 말했다. 예술의전당의 11시 콘서트는 앞으로 매달 둘째주 목요일에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다음달 14일에는 '작곡가들이 본 이국의 풍경'을 주제로 멘델스존의 '교향곡 3번 스코틀랜드' '교향곡 4번 이탈리아', 거슈인의 '파리의 아메리카인',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 홀스트의 '혹성' 등으로 두번째 무대를 마련한다.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y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