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7일 개봉하는 영화 '귀신이 산다'는 할리우드 명작 '식스 센스'의 김상진 감독 버전이다.


영화 '식스 센스'에서는 '식스 센스'가 있는 사람의 눈에는 원한을 품은 귀신들의 모습이 보이고, 귀신들은 저마다 자신의 한을 풀어달라고 하소연을 한다.


코믹 영화 전문 김상진 감독은 그 컨셉트를 빌려와 자기식의 코미디 영화를 만들었다.


'귀신이 산다'의 이민호 PD는 7일 이 영화의 시사회에서 "김상진 감독의 영화중 가장 공을 들인 영화"라는 말을 했다.


과연 '공'을 들인 흔적은 역력하다.


귀신들이 동분서주하다보니 각종 특수효과가 사용된 것.


TV에서 상영되던 '주유소 습격사건'의 박영규가 갑자기 TV 화면 밖으로 걸어 나오거나, 닭들이 지붕 위로 호쾌하게 날아 오르고, 장서희가 갖은 술수를 부리는 모습 등에서 CG가 부지런히 사용됐다.


천신만고 끝에 그림 같은 내 집을 장만한 차승원.


그러나 기쁨은 잠시, 그에게는 예상치 못한 동거인이 있다.


귀신 장서희다.


처음에는 차승원의 눈에 장서희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벼락을 두 차례 맞은 후부터 차승원에게는 그 유명한 '식스센스'가 생긴다.


"여기는 내 집"이라며 차승원을 몰아내려 사납게 밀어부치던 장서희가 갑자기 '귀여운 여인'으로 변신하는 것은 그때부터.


으르렁거리던 차승원도 돌연 장서희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발 벗고 나선다.


'귀신이 산다'의 백미는 차승원의 연기다.


분명히 코믹 영화라는 것을 알고 온관객에게도 극 초반 차승원의 공포에 떠는 눈빛 연기가 진지하게 다가올 정도다.


차승원은 보이지 않는 귀신의 출현에 경기를 일으키는 인간의 모습을 성실하게 연기했다.


눈에 핏줄이 설 정도로 체면 불구하고 눈물, 콧물을 흘렸다.


또한 시종 몸을 던지는 '오버 액션 연기'를 펼쳤다.


귀신과 싸우고, 뛰고, 울부짖는 한 장면 한 장면에서 참 열심히 연기했다.


하지만 여기까지.


김상진 감독 특유의 재치가 아쉽다.


'주유소 습격사건' '신라의 달밤' '광복절 특사'. 삼타석 연속 히트를 친 김 감독인만큼 '귀신이 산다'에 대한 기대는 무척 높을 수밖에 없다.


'김상진 표 코믹영화'는 재기발랄한 소재와 연기자들의 변신이 주는 재미, 적당히 신파가 섞인 '막가파 식' 코믹 연출 등이 조화를 이뤄 흥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번 '귀신이 산다'에서는 부담을 많이 느꼈던 탓일까.


전체적으로 허전함이 든다.


귀신이 살지만 귀신은 발칙하거나 위협적이지 않아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등장인물들의 연기는 대체로 합격점이지만 잘 섞이지 않는다.


아마도 신선한 '변신'이 없었기 때문일 듯.


이번 역시 '막가파 식' 코미디지만, 뻔뻔함이 느껴져야 할 대목에서 안쓰러운 슬랩스틱이 전개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나마 신파는 이번에도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집 없는 설움을 안고 세상을 뜬아버지의 유언을 받들어 내 집을 장만하려 한 차승원과 너무나 사랑한 남편을 죽어서도 기다리는 장서희의 모습이 애틋하다.


그러나 김상진 감독의 최대 매력이 '맨땅에 헤딩하기 식 연출'과 '멀쩡한 배우들을 살짝 흔들어놓기'인 것을 생각할 때, 이번에는 전반적으로 과잉의 흔적이 보인다.


그래도 그의 재치는 죽지 않았다.


영화의 종반, 장항선의 반전이 기가 막힌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