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차현(34)이 가을의 문턱에서 두번째소설집 '대답해 미친 게 아니라고'(문이당 刊)를 내놓았다. 첫 소설집 '사랑이라니,여름씨는 미친 게 아닐까'를 발표한지 3년만이다. 첫번째와 두번째 소설집 제목에서 시간의 흐름이 느껴진다. '미친 게 아닐까'에서 '대답해 미친 게 아니라고'로 달라진 것은 '미쳐가던 과정'에서 '미쳐버린 결과'로의 전환을 말하는 듯 하다. '21세기적 재미와 충격'을 주는 작가로 이름나있는 그에게 '제대로 미친다는 것'은 일종의 축복이 아닐까. 그런 만큼 7편의 단편이 실린 이 소설집은 전작보다 잘읽히고 재미있다. 표제작 '대답해…'는 심부름센터 사장인 주인공이 한 여자와 3박4일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 20개월째 임신 중인 여자는 주인공과 배를 타고 주홍섬으로 향한다. 여자는 주인공에게 2년전 이 섬에서 우연히 소행성에서 온 한 남자를 만났고 그와 재회하기 위해 이 섬에 다시 왔다고 말한다. 주인공은 이 말을 믿지 못하면서도 여자와 여행을 계속한다. '코미디의 왕'은 업소 코미디언인 주인공이 문여사를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엄청난 부자인 문여사의 제안으로 두 사람의 이상한 동거가 시작된다. 어느날다시 예전에 일했던 업소 무대에 선 주인공은 자신의 코미디에 싸늘하게 반응하는관객들을 보고 당황한다. 이 단편은 전직 코미디언이 소설가에게 이 내용을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 외에도 출근길에 봤던 남자가 퇴근길에 자살을 시도하는 것을 보는 '지하철유령', 미친듯이 리모컨을 찾아 헤매는 네 남자의 이야기인 '차이와 반복…', 지워지지 않는 옛사랑의 기억때문에 사랑에 실패하는 '메모리즈 아 메이드 오브 디스'등이 실려 있다. "「저기. 뭐 하나만 물읍시다.」 「말씀하시죠」 「도대체 이게, 이 상황이, 제기랄, 현실입니까 환상입니까. 아니면 내가 지금 미쳐 있는 겁니까」(중략) 「대신이렇게 말씀드리죠. 현실과 비현실은 어차피 하나라고. 왜냐하면 그 두 세계가 보이지 않는 통로로 서로 연결되어 있으니까.」" ('대답해 미친 게 아니라고' 중) 인용문처럼 작가는 현실과 비현실을 연결하는 통로로 '기억'을 든다. 소설집에 실린 단편들에서 기억은 곧 환상이자 비현실이 되고 현실이 다시 비현실 속으로 들어가버리고 만다. 현실과 비현실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소설은 대낮에 쏟아지는 소나기처럼 시원하고 작가의 문체는 햇살에 빛나는 물방울처럼 경쾌하다. 작가는 1998년 '월간문학'에 단편소설 '청계산의 남자'로 등단한 뒤 장편소설 '괴력들' '영광전당포 살인 사건' '왼쪽 손목이 시릴 때'를 내며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334쪽. 9천500원. (서울=연합뉴스) 안인용 기자 dji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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