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유치원에 온 아이들이 예배당 앞이나 마당에서 뛰어다니느라 신이 났다. 널찍한 교회 마당 가운데에는 잔디밭이 조성돼 있고 마당 한 편의 울창한 고목 아래 놓인 벤치와 탁자는 동네 사람들의 단골 휴식처다. 벤치 옆 인공 연못에는 물레방아를 돌린 물이 떨어져 내린다. 연못엔 금붕어가 노닐고 가끔씩 다람쥐도 얼굴을 내민다. 시골 교회의 풍경이 아니다. 서울 성북2동 사무소 길 건너편 덕수교회다. 도시 교회답지 않게 숲에 파묻힌 이 교회는 지역사회를 위해 일찌감치 문호를 개방한 것으로 유명하다. 1946년 최거덕 목사가 서울 정동에 설립한 교회로 지난 84년 현재 위치로 옮기면서 사회봉사 사업을 본격화했다. "사회봉사는 교회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인데 지금까지는 예배,전도,교육에만 관심을 두고 사회봉사는 부차적인 것으로 잘못 생각해왔지요. 그 결과 교회가 사회로부터 사랑받지 못하고 영향력도 상실하게 된 겁니다." 이 교회 손인웅 담임목사(62)는 선교,교육,봉사(디아코니아),친교(코이노니아),예배 등 다섯가지를 '예수님의 몸'인 교회의 사명으로 꼽는다. 그 중에서도 봉사는 삶 전체를 통해 실천해야 할 사명이며 친교 역시 교인들만의 친교가 아니라 교인과 비교인,교회와 지역사회,인간과 생태계,도시와 지방,성,인종,신분 등 모든 막힌 것을 뚫고 차별을 없애는 것이어야 한다고 그는 설명한다. 그래서 시작한 게 어린이와 노인을 위한 봉사활동이다. 대부분의 교회들이 성장에 몰두하던 때였지만 덕수교회는 86년 덕수유치원 개원,89년 덕수노인학교 개설,91년 사회봉사관 준공 등으로 사회봉사의 비중을 확대했다. 지금은 예배당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유치원,오른쪽에는 종합복지관 역할을 하는 사회봉사관이 자리잡고 있다. 교회의 사회봉사위원회를 중심으로 어린이집,유치원,노인학교,어린이교실,독거노인 도시락 배달,청소년 문화센터,결식아동 후원,알뜰시장,중·고교생들의 사회봉사 체험을 위한 성북사회봉사단,의료 및 이·미용 봉사 등 수많은 일이 쉼없이 이뤄진다. 교회 각 부서는 지역의 독거노인 40여명과 결연,매달 용돈을 드리고 도시락 배달과 집수리는 물론 장례까지 치러준다. 영아에서 노인까지 전 연령층을 망라하는 봉사 프로그램은 기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을 교회로 끌어들였다. 유치원 노인학교 청소년봉사단 등의 3분의 2를 비교인들이 차지한다. 동네 사람들이 덕수교회를 '우리 교회'라고 할 정도다. 이런 모든 일을 위해 이 교회는 재정의 25%를 할애한다. 교회 길 건너편에 기존의 봉사 프로그램은 물론 공연·체육 등을 위한 공간까지 갖춘 복지문화센터를 짓기 위해 4백평 가량의 땅도 확보해 둔 상태다. 어린이를 포함해 교인수 2천5백명 가량인 이 교회의 재정 규모로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손 목사는 "큰 교회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사명을 다하는 교회가 지역마다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www.ducksoo.net (02)741-5161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