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5년 베이징 유엔(UN) 세계여성대회 이후한국 여성정책은 어떤 변화 과정을 겪었으며 어떤 결실을 보았을까? 한국여성단체연합(상임대표 정현백) 주최로 1일 오후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한국의 여성정책 10년' 심포지엄은 베이징 세계여성대회 이후 변화된 한국의 여성정책과 당시 여성의 지위향상을 위해 채택된 행동강령이 한국에서 얼마나지켜지고 있는가를 점검하는 자리였다. 3개의 세션으로 나눠 진행된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여성과 관련된 빈곤, 교육,건강, 폭력, 경제, 장애여성, 이주여성 문제 등을 다뤄졌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가장 관심을 모았던 것은 여성의 빈곤 문제. 여성의 빈곤문제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가 세계를 휩쓸면서 제3세계에서 최근최대의 관심사로 떠오른 분야다. 이날 '여성과 빈곤'이란 주제로 발제한 강남식 성공회대 사회문화연구원 연구교수는 "급속한 세계화로 인한 생태파괴와 자원고갈로 제3세계 여성들은 더욱 극심한빈곤상태에 놓여 있다"며 "제3세계 여성 뿐 아니라 선진국 여성 또한 고용불안과 실업의 증가로 '빈곤의 여성화'는 이제 피하기 어려운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강 교수가 '빈곤의 여성화'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제시한 것은 대안적인 '반(反) 세계화 운동.' 강 교수는 반 세계화 운동 속에서 여성들 간의 국제 연대의틀을 강화하고 개별국가 내에서 모든 정책과 프로그램에 여성주의적 관점을 관철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 여성의 빈곤문제에 대해 '한국 여성의 빈곤문제는 1997년 IMF 이후계속 심화하고 있다"며 "일하는 여성의 73%가 비정규직 여성이며 한국에선 여성의경제적 관리와 취업의 관리가 계속 퇴행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여성빈곤 문제에 대해 정부 정책의 부재함을 비판하며 빈곤층으로떨어지고 있는 여성들은 절망에 빠져 극단적으로 자녀와 동반자살을 선택하거나 성매매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의 교육과 훈련'이란 주제로 발제에 나선 김희은 여성사회교육원 원장은지난 10년간 양성평등적 교육이 양적으로는 확대됐으나 질적인 면에서는 여전히 개선할 여지가 많다는 점을 지적했고 직업훈련, 과학, 기술 및 성인교육에 대한 여성의 접근기회 향상, 양성평등적 교육 확대 등은 여성주의적 교육의 성과라고 밝혔다. 한옥자 여성연합 복지위원은 '여성과 건강'을 주제로 발제했다. 여성의 건강은그 동안 여성문제에서 다소 등한시 됐던 분야. 그는 "그 동안 정부 뿐 아니라 여성단체들도 여성의 건강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며 '가부장적 제도 하에서 남아를 얻기 위해 여성들이 유산을 해야하는 한국의 사회적 분위기가 여전히 여성들의 건강을 해치고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종합평가에서는 여성부 창설과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방지를 위한 여성인권 3법의 제정과 시행, 보육의 공공성 확대, 산전산후휴가 확대, 권력 및 정책결정과정에서 여성의 영향력 확대 등이 성과로 꼽혔다. (서울=연합뉴스) 홍성록기자 sungl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