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 집행위원회는 21일 밤(현지시각) 영화제의 인터넷 홈페이지(www.festival-cannes.fr)를 통해 다음달 12일 개막하는 제57회 영화제의 초청작을 발표했다. 이미 국내 영화사를 통해 발표된 대로 홍상수 감독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와박찬욱 감독의 '올드 보이'는 이날 발표된 공식경쟁부문 진출작 명단에 포함돼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놓고 경쟁을 벌이게 됐다. 이날까지 영화제 초청이 확정된 한국 영화는 이 작품을 비롯해 '주목할 만한 시선'에서 상영되는 김의석 감독의 '청풍명월'과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의 단편 '날개'(서해영)까지 모두 네 편에 이른다. 임권택 감독의 '하류인생'은 경쟁부문 리스트에는 오르지 못했으나 이달 안에있을 추가 상영작 발표 때 진출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며 송일곤 감독의 '거미숲'은감독주간 초청이 유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모두 18편인 경쟁부문 상영작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드림웍스의 '슈렉2'와 일본의 거장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이노센스' 등 애니메이션 두 편이 포함돼 있다는 점. 역대 칸영화제에서는 애니메이션으로는 '판타스틱 프래닛'(1973년)과 '슈렉'(2001년) 등 두 편이 경쟁부문에 진출한 바 있으며 이 중 '판타스틱…'은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지만 칸이 두 편의 애니메이션을 한꺼번에 경쟁부문 목록에 올린 것은이번이 처음이다. 베니스, 베를린을 포함한 3대 영화제 중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칸영화제는 올해도 거장들의 기대작으로 라인업을 구성했다. 지난 몇년간 여러 영화제들이 초청작으로 탐냈던 왕자웨이(王家衛) 감독의 신작'2046'은 올해 칸영화제에서 드디어 첫선을 보이게 됐다. '화양연화' 이후 5년여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량차오웨이(梁朝偉), 장쯔이(章子怡) 등이 출연한다. 한국 영화 두 편과 재패니메이션 '이노센스', '2046'을 제외한 아시아 영화로는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아무도 모른다'가 포함됐으며 '크로피칼 맬러디'(Tropical Maladyㆍ감독 아피찻퐁 위라세타쿨)는 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이름을 내밀었다. 아시아 영화가 강세를 띠고 있는 가운데 미국 영화와 프랑스 영화는 세 편이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부시를 비난해 화제가 됐던 '볼링 포 콜럼바인'의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무어는 '화씨 9/11'(Fahrenheit 9/11)로 칸을 방문하며, 칸영화제 단골 수상자 코엔형제도 톰행크스가 출연하는 '레이디 킬러스'(The Ladykillers)로 애니메이션 '슈렉2'와 함께 경쟁부문에 올랐다. 프랑스 영화 중에서는 장만위(張曼玉) 주연의 '클린'과 '타인의 취향'으로 알려진 아네스 자우이 감독의 '영상처럼'(Comme Une Image), 토니 가틀리프 감독의 '엑실'(Exils)이 황금종려상을 노린다. '클린'의 감독은 장만위의 전 남편 올리비아 아사야시. 이밖의 유럽 영화 중에서는 '집시의 시간'으로 유명한 보스니아의 거장 에밀 쿠스트리차의 신작 '라이프 이스 어 미러클'(Life is a Miracle, 원제 Zivot je Cudo)과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이탈리아 영화 '레 콘세구엔제 델 아모레'와 오스트리아출신 한스 바인가르트너의 '가장 풍성한 시간들이 우리 뒤에 있다'(Die Fetten Jahre Sind Vorbei)가 경쟁부문에 올랐다. 브라질 영화 '모토사이클 다이어리'(원제 Diarios de Motocicletaㆍ감독 월터살레스)와 루클레시아 마르텔 감독의 아르헨티나 영화 '라 니나 산타'(La Nina Santa)도 남미권 영화로 경쟁부문 리스트에 올랐다. 올해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위원장으로 이끄는 경쟁부문의 심사위원단에는 각각 프랑스와 영국, 미국의 여배우인 임마누엘 베아르와 틸다 스윈톤, 캐서린 터너와 미국 작가 에드워드 단티캣, '허수아비'의 감독으로 부천영화제 심사위원장으로참여한 바 있는 미국 독립영화 감독 제리 샤츠버그 등이 임명됐다. 이밖에 비경쟁 공식초청작으로는 개막작인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나쁜 교육'(La Mala Education)과 어윈 링클러 감독의 '디 러블리'(De-Lovely)가 상영된다. '디 러블리'는 미국 작곡가 콜 포터의 삶을 다룬 영화로 캐빈 클라인과 애슐리 쥬드가 출연한다. 이밖에 브래드 피트 주연의 기대작 '트로이'와 장이모우 감독의 신작 '플라잉대거스'(Flying Daggers),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킬빌 2',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파이브'(Five), 장뤽고다르의 '우리의 음악'(Our Music, 원제 Notre Musique)이경쟁부문 밖에서 공식으로 상영된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