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는 인성(人性)과 신성(神性)을 겸비한 존재다. "왕중왕"(1961년)을 비롯한 할리우드의 주류 영화들은 십자가에 못박혀도 육신의 고통을 담담하게 감내할 수 있는 예수의 신성을 강조해 왔다. 반면 예수의 인간적인 고뇌를 부각시켰던 마틴 스코세스 감독의 "예수의 마지막 유혹"(1988년)은 기독교도들로부터 외면당했다. 배우 멜 깁슨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예수의 인성과 신성에 균형감있는 접근을 시도한 영화로 평가받고 있다. 비록 영화의 4분의 3이 가혹한 폭력에 육신이 갈갈이 찢긴 '인간 예수'의 묘사에 치중했지만 예수가 악마로부터 감시받는 '신의 아들'이자 극한 상황에서도 인간의 죄업을 구원하려는 메시아임을 놓치지 않았다. 이 영화는 겟세마네동산에서 최후의 기도를 올리고 골고다언덕에서 처형당하기까지 예수가 지상에 머물렀던 마지막 12시간을 성경에 입각해 담아냈다. 손바닥과 발등에 대못이 박히거나 가시면류관에 찔려 이마에 피가 솟고,폭행으로 얼굴과 육신이 찢긴 모습들이 극단적 클로즈업 기법으로 포착된다. 그래서 예수를 다룬 영화 중 가장 폭력적인 영화로 꼽힌다. 이런 점에서 이 작품은 예수를 범접하기 어려운 신격화된 존재로 부각시키기 위해 롱셧(멀리 찍기) 위주로 찍었던 이전의 영화들과는 차별화된다. 이 영화는 또 예수를 처형시킨 주범으로 유대인들을 지목한다. 그들은 빌라도 로마 총독을 협박해 사형선고를 내리도록 했고 사형 집행이 이뤄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예수의 곁에서 지켜본다. 이같은 장면은 미국에서 반유대주의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작품 속에서 예수는 유대인들을 용서한다. 골고다언덕에서 예수의 발 아래에 제자들과 함께 유대인과 로마인들이 나란히 배치돼 있으며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의 가르침이 교차 편집됨으로써 예수가 이들 모두를 사랑으로 끌어안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2천년 전 예루살렘 시가지를 재현한 세트와 의상 소도구 등이 실감을 더해준다. 예수역의 짐 카비젤은 두려움에 굴복하지 않는 캐릭터를 무난하게 형상화했다. 4월2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