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이란 여성의 삶
「차도르를 벗겨라」(베흐야트 모알리 지음)는 두 이란 여성의 삶을 통해 그들이 겪어야 했던 차별과 억압을 폭로한 책이다.
이란에선 보기 드물게 여성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던 베흐야트 모알리는 1979년 살인 혐의로 기소된 타라 젠데의 국선 변호를 맡는다.
베흐야트는 타라와 자신의 만남부터 시작해 대조적이지만 굴곡진 두 삶을 교차시킨다.
타라는 가난한 농촌 마을에서 태어나,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14살에 결혼하고 출산을 거듭했다.
그나마 어린 타라를 사랑해주던 첫 남편은 노환으로 죽고 타라는 아이들을 혼자 키우며 살아야 했다.
이란의 농촌 사회에서 남편이 없는 여성은 일자리도 제대로 구할 수 없었기 때문에, 타라는 '시게'(한시적 혼인관계)를 선택했다.
시게 관계에 들어간 타라는 본부인의 심한 질투와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기도한다.
하지만 타라가 깨어났을 때 그의 곁에는 본부인의 두 아이이 숨져 있었다.
한편 베흐야트는 높은 교육 수준과 경제적 안정 속에서 유복하게 자랐다.
그는 자신의 꿈이었던 교사가 됐고, 대학에 진학해 법학을 전공한 후 변호사 자격을 얻었다.
베흐야트 역시 행복한 이란 여성을 아니었다.
호메이니 정권은 자유롭고 민주적인 사고를 억압했으며, 남편을 비롯한 이란 사회는 민주주의와 여성의 권리를 위해투쟁하고자 하는 자신의 뜻을 외면했다.
베흐야트는 타라를 접견하면서 그녀가 계획적인 살해를 저지르지 않았음을 확신하고 열성적으로 변호에 나선다. 그러나 사회의 인습과 편견은 너무 높았다.
1984년, 타라는 결국 사형을 당하고 베흐야트는 5년 뒤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독일로 망명, 고문 및 폭력 희생자와 난민을 위한 치료 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다.
"나는 이란을 떠나온 이후로 한 번도 되돌아간 적이 없다. 나는 여전히 두렵다.
여성의 기본적인 권리를 무시하는 권력의 손아귀에 잡힐까봐서이다"('에필로그' 중)
책은 '타라 사건'에 관한 재판과 증인 심문 기록을 통해 차도르 속에 감춰진 이란 여성들의 고통을 이야기한다.
생각의나무 刊. 이승은 옮김. 292쪽. 1만2천원.
(서울=연합뉴스) 함보현 기자 hanarmdri@yna.co.kr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