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국의 햇살이 따갑다. 한결 시원한 야자수 그늘아래 나무의자에 길게 누워 열대과일주스로 목을 축이며 책을 읽는다. 문득 고개를 들면 해변의 잔잔한 파도가 포말이 되어 하얗게 부서진다. 저 멀리까지 초록, 연두, 청록빛으로 겹쳐지며 하늘과 맞닿아 있는 바다를 감상하며 생각에 잠긴다. 인천에서 7시간 남짓 걸리는 거리, 싱가포르에서 50㎞ 떨어진 인도네시아 빈탄섬에 위치한 클럽메드 리아 빈탄 빌리지. '무엇이든 할 자유,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자유'가 기다리고 있다. 바삐 돌아가는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 파묻혀 휴식을 만끽하다가 지루하다 싶을 때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과 레포츠를 즐기고 각종 이벤트 프로그램에 참가하다 보면 어느새 모두들 친구가 된다. 빌리지 내에는 '문명의 해독제'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 곳곳에 신경을 쓴 흔적이 엿보인다. 방갈로는 나무, 돌 등 전부 천연자재를 써서 지었다. 그 높이는 야자수 키 보다 낮아 3층을 넘지 않는다. 객실 안에는 '원숭이가 들어와 음식을 먹거나 물건을 망가뜨릴 수 있으니 외출시 창문과 문을 반드시 잠글 것'이란 안내문이 붙어 있을 정도로 자연 그대로의 분위기를 살려 놓고 있다. 일종의 작은 마을로서 '빌리지'는 한 곳에서 휴가를 즐기면서 원하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도록 해준다는 개념으로 조성됐다. 낮에는 자신이 원하는 바틱공예 등 각종 취미활동, 레크리에이션, 게임 및 수십 가지의 레저스포츠를 즐길 수 있고, 저녁에는 이탈리아 인도 중국 등 세계 각국의 요리와 와인을 곁들인 해산물 바베큐디너를 취향별로 즐긴 후 패션쇼 등을 보며 각국 방문객들과 자연스런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날짜별로 그날의 드레스코드를 지정해 블랙이면 블랙, 꽃무늬면 꽃무늬 옷으로 모두 맞춰 입고 함께 춤추며 공연을 즐기는 가운데 국적과 언어의 장벽을 넘어 일체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리아 빈탄 빌리지는 세계 최대 스포츠클럽중 하나라는 명성에 어울리게 즐길 수 있는 레포츠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암벽타기 양궁 스쿼시 테니스 배드민턴 탁구 에어로빅 헬스 등 육상레포츠 외에 윈드서핑 세일링 카약 스노클링 스킨스쿠버 등 해양레포츠를 배우고 즐길 수 있어 '무엇을 할 것인가'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한다. 특징적인 것은 빌리지내 GO(레포츠 강사ㆍ이벤트 기획자)의 역할. 다국적 직원들로 구성된 이들은 방문객들의 안내와 교육은 물론 친구처럼 늘 가까이서 함께 지내며 체류기간 내내 불편하지 않도록 친절한 서비스를 아끼지 않는다. 리아 빈탄 빌리지에는 추, 라나 등 5명의 한국인 GO를 비롯해 수십명의 GO들이 때론 강사로, 때론 만능 엔터테이너로서 능력을 발휘하며 활약을 하고 있다. 가족단위 방문객을 위해 어린이 클럽도 운영한다. 부모가 안심하고 아이를 맡기고 시간을 보낼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 만 2~3세를 위한 프티클럽, 4~7세 미니클럽, 8~12세 키즈클럽 등으로 나눠 또래끼리 놀기에 좋다. GO의 지도아래 세계 각국 어린이들과 어울려 국제화를 경험하고 다양한 취미활동을 하면서 외국어를 자연스레 습득할 수 있게 해놓았다. 싱글들을 위한 이벤트도 돋보인다. 혹시나 하고 참가한 각국의 싱글들과 뜻있는 시간을 보낼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다. 빌리지에서 5분거리에 위치한 리아 빈탄 골프 클럽에서의 라운드를 놓치면 후회할 것 같다. 게리 플레이어가 디자인한 이곳은 2000년 최고의 아시안 골프 리조트, 최고의 인도네시아 골프코스로 선정되기도 한 명문코스. 시원한 바다를 바라보며 18홀을 돌다보면 4시간이 언제 흘러갔나 싶을 정도로 개운하다. 인도네시안 스파는 요즘 한국에서 한창 붐이 일고 있는 '웰빙바람'을 몸으로 느껴볼수 있는 시설. 남국의 새가 지저귀는 숲속 방갈로에 누워 잔잔히 깔리는 명상음악에 귀를 맡긴 채 향긋한 아로마 오일 마사지를 받고 나면 잠시나마 몸과 마음의 '평정'이란게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한다. 길지 않은 휴가기간 바삐 다니며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하는 것도 좋지만 한 곳에 머물며 진정한 휴식을 통해 심신이 재충전됨을 찬찬히 느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25번째로 빈탄 빌리지를 찾았다는 어느 70대 노부부처럼 말이다. ----------------------------------------------------------------- < 여행수첩 > 빈탄은 인도네시아 땅이지만 보통 싱가포르에서 들어간다. 인천에서 싱가포르까지 6시간30분, 다시 페리로 45분쯤 가면 빈탄에 닿는다. 예전과 달리 인도네시아 입국비자를 받아야 한다. 연중 섭씨 26~32도로 덥다. 5~10월이 건기로 여행하기 좋다. 인도네시아는 한국보다 2시간 늦고 싱가포르는 1시간 늦다. 인도네시아 통화단위는 루피아. 1백루피아에 14원 정도 한다. 1싱가포르달러는 7백8원 안팎. 클럽메드코리아는 4월까지 빈탄빌리지 특가상품을 판매한다. 5박6일 일정 상품의 경우 싱가포르 1박과 시내관광을 무료 제공한다. 정상가보다 27만원(어른)가량 싸다. 어른 1백5만6천원, 어린이 78만4천원. 클럽메드코리아 서울 (02)3452-0123, 부산 (051)626-0123. www.clubmed.co.kr 빈탄=한온자 기자 w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