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재 신채호 선생에게 호적이 없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1922년 일제의 호적령에 응하지 않았던 독립운동가들은 상당수가 신채호 선생과 마찬가지로 무국적 상태로 떠돌고 있다. 반면 친일파로 알려진 송병준씨의 후손은 옛 땅을 되찾겠다고 최근 소송에 나서 눈총을 받고 있다. KBS 특별기획 '한국사회를 말한다'는 '친일파 청산-끝나지 않은 전쟁'(28일 오후 8시)을 통해 독립운동가들의 상당수가 호적조차 없는 상황에서 일부 친일파의 후손들이 땅을 되찾는 것을 가능케 하는 제도적 문제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인지 짚어본다. 호적령 실시 이후 무국적자로 살아온 단재는 1986년 아들 신수범씨의 노력으로 '父 신채호'로 입적되었다. 그러나 선생 자신의 호적은 여전히 없는 상태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독립운동가 단재 선생의 이같은 사연을 며느리 이모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집중 취재했다. 제작진은 송병준씨의 후손들이 진행중인 땅찾기 소송도 함께 소개한다. 이들이 반환을 요구하는 부평 미군기지 13만3천여평은 시가만 4천여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행법상 이들의 땅 찾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미 승소를 예상한 부동산 매매계약서까지 나돌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해진다. 제작진은 담당 변호사와 소송 당사자들을 만나 그 진실을 들어보았다. 이 프로그램에선 일제강점기 친일파로 활동한 문화예술계 및 언론·교육계인사들의 친일행적도 공개한다. 또 국립묘지에 독립유공자로 둔갑해 애국선열들과 함께 안장돼 있는 친일파들의 실상도 함께 다룬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