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운 이미지를 담은 사진과 함께 작가의 감상을 엮은 포토 에세이집 세 권이 나왔다. 「그 섬에 내가 있었네」「시간의 빛」「곡마단 사람들」은 제각각 색 다른 풍경과 느낌을 전한다. 사진작가 김영갑(47)씨의 「그 섬에 내가 있었네」는 20년 넘게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광을 찍으며 살아가는 자신의 이야기이다. "제주도에 정착하게 된 것은 섬에서 나만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뭍의 것들이기에 일상적인 풍경이 새롭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다. 내 사진에 표현하고 싶은 주제(마음)가 다르기 때문이다"(본문 중) 홀로 제주의 산과 들판을 찍던 작가에게 갑자기 루게릭 병이 찾아왔다. 그는 5년의 투병생활을 하면서 손수 폐교를 개조, 지난해 '두모악'이라는 사진 갤러리를 열었다. 책은 제주도의 서정적 이미지 70여 컷과 함께 섬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 병마와 싸우며 내면의 희망과 평화를 잃지 않으려는 작가의 고백을 버무렸다. "살고 싶다고 해서 살아지는 것도 아니요, 죽고 싶다 해서 쉽사리 죽어지는 것도 아니다. 기적은 내 안에서 일어난다. 내 안에 있는 생명의 기운을, 희망의 끈을 나는 놓지 않는다"(본문 중). Human&Books 刊. 256쪽. 1만1천원. 「시간의 빛」(강운구 지음)은 한국의 미(美)를 좇아 시골 구석구석을 찾아다닌 작가의 기록이다. 책은 사계를 대표하는 정겨운 이미지와 구수한 여행담을 맞댔다. "봄이다 싶어 두꺼운 겨울옷들을 성급하게 벗어던졌으니, 변덕스러운 봄은 눈을 흩뿌리고 매운 바람 날린다..노란빛 흐드러지는 산수유 꽃, 바람에 그윽한 향기를 실어 보내는 춘란, 겨울잠에서 덜 깬 산자락에 펼쳐진 그 자욱한 봄 안개 같은 붉고흰 매화들.."(본문 중) 여름에는 바람에 물결치는 보리밭과 땡볕에 익어가는 수박, 가을에는 추수를 마친 들판과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한 주홍빛 감을 찍었다. 작가는 계절 아름다움 뿐 아니라 쓰레기 매립지, 무자비하게 파헤쳐진 산 등 '쓸쓸한' 풍경도 담았다. 작가는 글과 사진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조화, 긍정적인 삶의 메시지를 전한다. "시간의 켜 속에서 희망은 현실에 눌리며 점점 작아지기는 하지만 더 단단해진다. 작으나 모진 희망, 겨자씨만할지라도 누구나 희망의 씨앗을 새해로 옮긴다"(본문 중). 문학동네 刊. 256쪽. 1만8천원. 「곡마단 사람들」(오진령 지음)은 시끌벅적한 서커스 천막 속으로 카메라를 들이 밀었다. 24살의 작가는 6년 동안 곡마단 사람들을 찾아 다니며 그들의 삶을 파노라마 식으로 남겼다. 작가는 곡예사의 아슬아슬한 묘기와 관중들의 환호뿐 아니라, 무대 뒤의 일상과 단원들의 삶을 애정어린 눈으로 바라본다. "우리는 그들에게서 우리의 아픔 어린 서정을 느끼고, 그들의 서커스에서 우리를 찾는다. 여전히 우리 곁에서 숨쉬고 있는 광대의 꿈은 잊혀지지 않는 추억으로 영원히 남게 될 것이다"(본문 중). 호미 刊. 196쪽. 1만2천원. (서울=연합뉴스) 함보현 기자 hanarmd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