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성가시다고 자식을 한강에 내다버리는 비정한 세상이지만 '어머니'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언제나 따뜻하다. 차갑디 차가운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입을 악다물다가도 문득 어머니의 품이 떠오르면 얼었던 심장이 녹아내리게 마련. 그런 어머니의 온기를 쉬 잊고 지내듯 방송 드라마에서도 어머니가 주인공인 경우는 드물다. KBS 2TV 새 수목드라마 '꽃보다 아름다워'는 어머니의 온기를 담아내 따뜻함이 발산되는,그래서 흔치 않은 드라마다. 주인공은 고두심(52). 하지만 예의 억척스럽고 강한 어머니상을 떠올리면 오산이다. "강하지만은 않은 어머니 상이에요.여리면서도 순진하고 약간은 바보스러울 정도죠.남편은 있지만 딴 살림을 차려 있으나마나고 자식들도 항상 골칫거리예요.그런데 특이한 점은 자식들과 친구같이 지낸다는 겁니다.오히려 자식들이 친구들보다 어머니인 저를 더 어리게 보죠." 그래서 대본을 받아 보고는 좀 당황했었단다. 인고의 세월을 보낸 강한 어머니 역할만 하다 보니 이런 어머니도 있을까 싶었다. 그래도 어떤 형태이든 간에 어머니는 공통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어떤 운명이 있나 보다. "뭔가 남다른 어머니라지만 어머니라는 단어에 부합되는 모습은 하나라고 생각해요. 많은 희생과 봉사.'나는 없고 너만 있는…' 그런 봄날 같고 태양 같고 뭐든지 품을 수 있는,그 안에서 모든 것을 꽃피울 수 있는,그런 어머니로 거듭나고 싶어요." 실제로 다 큰 딸과 아들이 있는 고두심. 둘 다 미국에 있어 자주 못 보지만 극 중 막내역인 김흥수가 아들과 너무 비슷해 요즘 그와 대화하고 장난치는 게 낙이다. "흥수가 제 아들과 같은 또래이기도 하지만 성격이나 외모도 비슷해 실제 아들 같아요.삐쩍 말라갖고 키만 훌쩍 큰 게 가만히 쳐다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오죠.드라마 속에서 아들도 엄마를 좋아하고 대화를 좋아하는 게 제 아들과 비슷해 도움이 많이 돼요."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