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는 독특하다. 초현대적 도시와 원시자연이 공존하는 묘한 양면성을 지닌다. 선진국도 아니면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빌딩이 두 개나 서 있고(쌍둥이빌딩),최첨단 모노레일이 수도 콸라룸푸르를 관통하는가 하면, 1만4천년 전의 밀림이 훼손되지 않은 채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 연중 더운 기후 속에 식물은 늘 푸르게 자라 말레이시아인들에게 풍요로움을 주고,밀림을 살짝 걷어내면 드러나는 천혜의 자원은 희망을 주었다. 말레이시아인들은 그 모든 것이 이슬람이라는 그들의 종교에서 비롯된 신의 축복이라 믿으며 기도 드린다. 하루 다섯 번 이루어지는 그 기도는 그들의 신앙심을 더욱 굳건히 다듬게 하고 또 지금까지의 말레이시아를 이끌어온 정신적 지주였다. 이러한 그들의 신앙은 해가 떠있는 동안에는 종일 굶다가 해가 지면 비로소 음식을 먹는 라마단이라는 성스러운 의식을 거행하게 했다. 이 의식이 끝나는 그 주말 그들이 한 자리에 모여 거대한 축제를 벌이게 했다. 이른바 히라이야축제다. 올해는 바다를 사이에 두고 나뉘어 있는 동말레이시아의 쿠칭이라는 도시에서 성대한 잔치가 열렸다. 고양이가 유난히 많은 곳이라, 이름도 말레이어로 고양이를 뜻하는 쿠칭이다. 대문을 활짝 열어 '해 떠 있는 동안 먹지 못했던' 음식을 풀어서 가난한 자와 병든 자 모두가 함께 하는 푸짐한 저녁상이다. 해질 무렵 사람들은 광장으로 모여든다. 무료로 제공되는 음식들을 먹고 마시며 사람들은 기쁨을 함께 한다. 이 축제는 말레이시아 전역으로 생중계되며 사람들은 텔레비전을 통해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랜다. 화려한 민속의상을 입은 소녀들이 줄지어 행사장에 들어서서 원색의 물결을 만들면,한쪽엔 국왕을 모시는 자리가 만들어진다. 다른 쪽엔 라마단의 마무리를 장식하는 기도를 올리기 위한 제단이 만들어지고 축하공연을 펼치게 될 대형무대엔 조명이 켜진다. 긴 기도가 이어지고 성화의 불길이 높아질 무렵 무대에선 화려한 옷을 입은 무용수들의 전통 춤이 시작된다. 쇼가 펼쳐지는 동안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는데도 광장하늘을 수놓는 불꽃놀이가 끝날 때까지 광장을 가득 메운 인파는 줄어들지 않는다. 이렇게 열정의 밤이 지나가고 사람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이 축제가 벌어진 쿠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원주민의 생활 모습을 옮겨 놓은 롱하우스가 있다. 롱하우스는 기다란 통나무집을 일컫는 말. 먼 옛날 부족간의 전쟁이 심했을 때 요새로서의 기능과 부족 내부의 결속을 위해 집을 늘려 나가다 보니 긴 모양이 되었다고 한다. 숲속에 있는 이 마을을 돌아보며 그들과 같이 춤을 출수도 있고 어떤 오두막에선 그들이 사냥하기 위해 사용하던 입으로 부는 독침을 쏘아볼 수도 있다. 하루 두번 공연하는 민속공연도 빼놓을수 없겠다. 인근의 해변으로 가면 파란 물과 하늘과 모래사장을 만나게 된다. 야자나무 잎이 너울거리는 끝부분에 보이는 수평선 경관의 정취를 느낄수 있다. 쿠칭에서 비행기로 한시간 반 거리인 말레이시아의 수도 콸라룸프르로 가면 쿠칭에서 느끼지 못한 전혀 다른 세상을 보게 된다. 러시아워, 고층건물, 세련된 차림새 등 쿠칭이 같은 나라 도시인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건물마다 독특한 형태가 시선을 잡아끈다. 특히 쌍둥이 빌딩과 한데 어우러진 경관이 마치 미래도시를 보는 듯하다. 해가 지면 도시엔 유난히 많은 전구가 반짝인다. 그 반짝임들에 도시가 더욱 화려해진다. 반짝이는 전구를 따라 걷다보면 '사떼'라 불리는 꼬치구이를 맛볼수 있는 야시장이 나오며 도시야경을 한눈에 볼수 있는 타워도 나온다. 콸라룸푸르 북쪽으로 한 시간쯤 가면 구름위의 세상이 있다. 겐팅하이랜드다. 유일하게 도박이 허용된 말레이시아의 라스베이거스다. 케이블카를 타고 15분쯤 오르다보면 발밑으로 원시 밀림과 구름을 볼수 있다. 산꼭대기에 다다르면 그 웅장함에 입이 벌어진다. 이곳엔 없는게 없다. 카지노는 물론 놀이동산, 게임장, 극장식 식당, 호텔, 영화관 등 산꼭대기에 어떻게 이런걸 세웠을까 하는 의심이 들게 한다. 단순히 도박만 하는게 아니라 가족 휴양지로도 가능하다. 콸라룸푸르 남서쪽 25km에 있는 샤 알람이라는 신도시, 블루라군으로 유명한 네그리셈빌란 해안관광지도 둘러볼 만하다. ----------------------------------------------------------------- < 여행수첩 > 말레이시아는 말레이시아 반도와 보르네오섬 북단 두곳으로 나누어진다. 총면적은 33만㎢이며 인구는 2천3백만명. 말레이인 60%, 나머지는 중국계, 아랍계 등으로 이루어진다. 따뜻하고 습한 열대기후가 일년 내내 이어진다. 관광과 팜유, 목재 등 원자재 수출이 경제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한다. 국교는 이슬람교. 왼손사용에 주의해야 한다. 특히 사람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 통화단위는 링깃. 요즘 환율은 1링깃에 3백30원 정도 한다. 인천공항에서 콸라룸푸르까지 6시간 정도 걸린다. 말레이시아관광진흥청 서울사무소 (02)779-4422 쿠칭(말레이시아)=김호식 기자 khs196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