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너에게 나를 보낸다」「나쁜 영화」「거짓말」「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등 문제작을 연출한 장선우(51) 감독이 첫 시집 「이별에 대하여」(창비 刊)를 내놓았다. 이 시집은 영화작업을 하는 중에 '쏟아져나온' 71편의 시에 틈틈이 찍은 사진을붙여 엮은 것이다. 장 감독은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엔딩을 찍기 위해 타이행 비행기를 탔을때 마치 「경마장 가는 길」 엔딩처럼 갑자기 이 시편들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고 시를 쓴 동기를 밝혔다. 그는 "그래야만 숨쉴 것 같아서, 비행기를 내리고 다시 타고 타이의 남쪽 바닷가를 헤매며, 계속 쓰고 또 썼다"면서 "어떤 답답함이, 그리움이, 더러움이, 그렇게쏟아져 나왔다. 그것이 일년간 계속되었다"고 덧붙였다. 시집은 '경마장 가는 길' '나쁜 영화' '거짓말'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거짓말' '나쁜 남자' '엽기적인 그녀' 등 영화의 제목을 그대로 따온 시편을 비롯해 남녀의 인연으로 대표되는 만남과 헤어짐에 관한 시편, 온갖 번뇌를 풀어가기 위한 불가의 가르침에 관한 시편들을 싣고 있다. "멀어져가네요/그녀가 무슨 짓을 한들/그냥 아련하네요/(중략)/난 이제 다시 옷을 벗습니다/부처님 앞에서/안에서/오체투지 108배, 108배, 1080배...", "당신은 전생에 내 도반이었나봐요/이승에서도 마누라 되어/성불하라고/그렇게 또 다그치네요"('부석사' 중), "쉰이 넘은 나인데 나는 왜 이렇게 비틀댈까?"('대설주의보' 중) 등의 시편에서 보듯 장 감독은 사랑의 고통에서 확장된 생로병사의 업보를 생생하게표현해 낸다. 문학평론가 최원식씨는 "이 시집은 고통의 근원인 욕망의 연기(緣起)를 따라 운명의 한 끝까지 살아낸 사람의 찢겨진 전기다. 그는 세속성자인가? 이 지독한 세속성의 시집을 둥그렇게 감싸는 종교적 아우라는 또 웬일인가?"라고 평했다. 장 감독은 서울대 인류학과를 나와 1981년부터 이장호 감독의 연출부에서 활동했다. 영화 「서울 예수」「성공시대」「우묵배미의 사랑」「경마장 가는 길」「화엄경」「꽃잎」 등을 연출했다. 132쪽. 6천원. (서울=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ckch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