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운명에 대한 천착과 여성 심리에 대한 섬세한 묘사로 반향을 일으켰던 작가 이경자씨가 장편소설 '그 매듭은 누가 풀까'(실천문학사)를 출간했다. 소설은 숨막힐 듯한 긴장과 처절한 혼돈,좌절을 거치며 주인공이 진정한 여성에 한발 한발 다가가는 과정을 극적으로 펼쳐 보인다. 주인공 손하영은 대학 교수이자 유명한 무용가이지만 가장 일상적이고 원초적인 인간관계조차 제대로 풀어가지 못해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서 보낸다. 쌀쌀한 한기를 내뿜는 남편과 애정결핍을 반항적 행동으로 표출하는 두 딸,생전의 남편에게 받은 학대로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시어머니 등 한 집안에서 살아가는 가족들에게 주인공은 거대한 벽을 느낀다. 그녀는 삶의 결핍감을 직업적인 일(무용)과 다른 남자와의 사랑으로 채워보려 하지만 오히려 돌아오는 것은 뼈아픈 좌절과 공허감뿐이다. 그 속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내부에 숨어 있던 모습들과 하나씩 맞닥뜨린다. '남편' 혹은 '가정'이라는 울타리에서 밀려날까봐 스스로의 감정을 억누르고 살아왔던 자신의 모습과 아버지 편에 서서 같은 여성인 어머니의 입장을 외면했던 자신의 성장과정을 떠올리며 주인공은 여성의 보편적 운명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작가는 "자신을 용서하고 마침내 자신과 화해하기란 얼마나 고통스런 일인지,희미한 진실의 그림자 뒤에 숨어서 무서움과 두려움의 늪을 건너는 동안 나도 손하영 때문에 참 많이 힘들었다. 거의 4년동안 몇 차례나 새로 만들어진 손하영이 마침내 온전한 모습으로 세상에 나선다"고 말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