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IT강국이라는 한국에 진정한 소프트웨어가 있는가? 근본적인 문화의 힘이 바탕에 깔려있지 않은 기술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대한민국에는 소프트웨어가 없다'(김익환 지음, 미래의창, 1만원)에 나오는 지적이다. 저자는 서울공대와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주립대를 졸업한 뒤 스탠퍼드대에서 컴퓨터공학 석사학위를 받고 GE 등 거대기업과 미 국방부에서 실무경력을 쌓은 베테랑. 실리콘밸리에서 스탠퍼드 소프트웨어를 설립해 6년간 1백50여개 기업에 인터넷 통합 메시지 솔루션을 제공했으며 3년 전부터는 한국에서 e비즈니스 분야의 컨설팅을 하고 있다. 그는 한국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의식개혁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에 대해서는 단기적인 인력정책보다 장기적인 '프로그래머 풀' 제도를 도입해 필요할 때 언제든 인재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한다. 또 인터넷 회원 등록 때 주민등록번호를 필수조항으로 하지 말고 선택조항으로 바꿔 외국인들도 전자상거래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하자고 말한다. 경영자에게는 연구개발 부문의 중요성을 잊지 말고 감원 때도 연구개발 인력은 줄이지 말라고 조언한다. 지식과 경험의 맥이 끊어지면 그만큼 소프트웨어의 기반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중간관리자들에게도 실적에만 매달리다보면 제대로 된 개발이 불가능하므로 조급해하지 말라고 주문한다. 근본적인 문제점은 제쳐두고 목표 달성에만 집착해서 손해보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를 생각하면 천천히 가는게 이익이라는 것. 그래서 '덩치 큰 외국인들도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한국의 태권도처럼' 우리만의 탄탄한 기술과 문화를 겸비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자는 얘기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