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BERTY(자유)'란 글자가 적힌 그림 한가운데는 벌거벗은 남자가 서있고 그 주위로 물고기, 게, 거북, 새, 문어, 코끼리가 제멋대로 돌아다닌다. 종이에 크레용으로 그린 이 그림은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 부담없이 자유롭게 그린 드로잉 작품이다. 지난 10월 개관한 서울 가회동 갤러리 마노는 두번째 전시로 5일부터 내년 1월11일까지 「백남준 드로잉 전」을 연다. 1996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현재 재활치료를 받고있는 백남준은 2000년에는 뉴욕구겐하임 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열어 건재함을 과시하기도했다. 이번 전시에는 드로잉 20점과 설치작품 3점이 출품된다. 소개되는 드로잉은 모두 2001년 작품들이다. '희로애락'에는 웃는 얼굴, 성난 얼굴, 슬픈 얼굴 들이 등장한다. '자화상' 두점은 짓궂게 웃는 모습과 무표정한 모습을 나타낸다. 고층건물 위의 교회 십자가들, 남대문을 연상케하는 전통건물, 늘어선 자동차행렬을 그린 드로잉 작품(무제)은 복잡한 서울 거리를 연상시킨다. 이 거리 한가운데를 음표들이 지나간다. '샬롯'은 샬롯 무어맨과의 유명한 '첼로 퍼포먼스'를 마치어린아이가 구경하며 그린 듯한 작품. 작가는 신문을 읽다가 떠오르는 영감을 그대로 옮긴 듯 신문지 위에도 크레용과유화물감으로 드로잉을 남겼다. 미국 신문과 일본 신문, 한국 신문 가리지 않고 공연광고, 농구선수가 등장한 스포츠 면, 인터넷 업체 광고, 순금 불상 광고 위에 자신의 느낌을 표현했다. 마치 어린아이가 색색의 크레용으로 장난치듯 그린 이들 그림에서 천진난만함과위트, 더 나아가 무한한 자유를 맛볼 수 있다. ☎741-6030 (서울=연합뉴스) 김은주 기자 ke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