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이 사회적 역할에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사회로부터 그 존재 이유를 의심받게 될 것입니다." 인문학의 위기와 관련, 위기 극복의 방법으로 인문학의 사회적 역할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대 이태수 교수(철학)는 `인문정신과 사회이념'이란 제목의 논문을 통해 인문학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인문학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논문에서 한국 인문학이 사회적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 이유를 20세기 초일제 식민지 지배에 의한 인문학 전통의 단절에서 찾고 있다. 이 교수는 "조선시대에는 공맹의 이론을 담은 고전에 대한 인문학적 해석작업이곧 국가와 사회를 지탱하는 이념을 제공하는 일이었다"며 "그러나 이러한 전통은 일제에 의해 서양 문학과 사상을 배우는 것이 인문학자들의 주 임무가 되면서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전통이 한국전쟁과 남북분단으로 인해 고착화됐음을 역설했다. 이 교수는 "전쟁과 분단 상황은 자유로운 인문정신을 속박하면서 동시에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인문학적 활동도 제약했다"며 "이런 이유로 인문학자들은 계속 `아웃사이더'의 위치에 머물러 있는 것을 오히려 안온하게 여기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문학을 순수학문으로 규정하고 대학의 담을 인문학의 순수성을 지켜주는 보호막과 같은 것으로 간주하는 것은 인문학자들이 스스로를 계속해서 아웃사이더에 위치에 놓는 것"이라며 "인문학이 끝내 자신의 사회적 역할에 아무런 관심을보이지 않는다면 사회로부터 그 존재 이유를 의심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문학이 순수학문이라고 하더라도 그 순수성이 사회적 책임을 면제받는것까지 함축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 사회는 아무런 사회적 역할을 하지 않는 학문활동을 지원할 의무가 없다"고 단언했다. 이 교수는 이 같은 주장을 29일 오후 1시 서울 이화여대 인문관에서 `사회 속의인문학'이란 주제로 열리는 전국대학인문학연구소협의회(회장 유초하. 이하 인문협)주최 인문학 학술대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인문학의 의미와 구실을 성찰하고 진로를 탐색하는 자리가 될 인문협 학술대회에서는 이 외에도 유 회장(충북대 교수)이 `인문학, 이 시대에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기조발제하며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연계(강성호.순천대 교수)', `사례분석을 통해서 본 사회과학연구에서의 인문학적 요소의 중요성(목진휴. 국민대 교수)', `인문학의 사회적 실현을 위한 방안(박경하. 중앙대 교수)', 등의 논문이 발표된다. (서울=연합뉴스) 홍성록기자 sungl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