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의 삶을 실천하는 법정(法頂.71) 스님이 서울 성북동 길상사 회주(會主.법회를 주관하는 승려로 법사를 이르는 말)에서 물러난다. 법정스님은 27일 발행되는 사단법인 `맑고 향기롭게'의 동명 월간 소식지(12월호)를 통해 "길상사 회주와 `맑고 향기롭게'회주에서 동시에 물러난다"고 밝혔다. 법정스님은 그러나 "회주는 그만두어도 한사람의 불자와 `맑고 향기롭게'회원으로 머물며, 길상사와 `맑고 향기롭게'를 힘닿는데까지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 스님은 "지금까지 침묵의 중요성에 대해 누누이 강조해왔는데 정작 내 자신은너무 많은 말을 해왔다"면서 "앞으로 말을 줄이겠으며, 꼭 해야할 말은 유서를 남기는 심정으로 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1996년부터 길상사 회주를 맡았던 법정스님은 지난 10여년간 강원도 산골오두막에 칩거하며 `맑고 향기롭게'소식지에 매달 원고를 기고하고 길상사에서 두달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일요법회를 하기만 하는 등 외부활동을 삼갔다. `맑고 향기롭게'는 지난 1994년 3월 법정스님의 가르침대로 세상과 자연, 마음을 맑고 향기롭게 가꾸며 살자는 취지로 법정스님을 회주로 발족한 시민단체로 그동안 생태사찰가꾸기, 생태문화기행 등 환경보호와 생명사랑을 실천해왔다. 길상사는 시인 백석의 연인이며 요정 `대원각'을 운영했던 김영한 할머니가 숨지기 3년전인 지난 1996년 서울 성북동 7천여평의 대원각을 법정스님에게 기증해 건립한 절이다. (서울=연합뉴스) 서한기기자 s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