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때마다 새로운 작업을 선보여온 최선호씨(47·한국전통문화학교 교수)가 또 변신을 했다. 최씨는 서울 신사동 예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에서 색면 분할 추상작품을 내놨다. 최적 비례로 분할된 화면은 단순하면서도 절제된 색과 면이 조화를 이룬다. 마크 로스코나 바네트 뉴만의 회화에서 볼 수 있는 심연의 색감이 담겨있지만 작가는 오히려 한국적인 감성이 내재돼있다는 설명이다. 청색의 쪽빛,노란 치자,빨간 다홍과 같은 색감은 서양회화에서 볼 수 없는 것들이다. 궁궐 단청의 아름다움이나 전통한복의 화려하면서도 절제된 색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작가는 서울대 서양화과에 입학했지만 4년 뒤 한국화로 전공을 바꿨다. 서울대 대학원에 다니던 80년부터 8년간 간송미술관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90년대에 뉴욕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한 후 3년 전부터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동양철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이번 신작들은 작가가 2∼3년 전에 출품한 '점찍기' 작업과 전혀 다른 작품이다. 필사본이나 고서 위에 아크릴로 점을 찍은 '점심(點心)' 시리즈가 '전통미의 현대화'라고 한다면 이번 신작들은 '한국적인 미감과 서구 색감의 조화'로 볼 수 있다. 어느 쪽으로도 해석이 가능한 '색의 향연'이다. 최씨는 이번 전시에 스스로 디자인한 목가구도 함께 선보였다. 독일 바우하우스 건축에 관심이 있는 작가가 전통 조선가구의 엄정한 단순미와 절제미를 결합해 실용적인 테이블과 탁자를 제작한 것이다. 12월6일까지.(02)542-5543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