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을 규합, 2명의 대통령을 전복시키는 데 일조했던필리핀의 하이메 신추기경은 19일 은퇴 후에도 행동가로서의 역할을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에서 오랫동안 영향력을 행사해온 마닐라의 전 로마 가톨릭 대주교는 "나는 은퇴해도 조용히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여러분을 위해은퇴 후에도 계속 예언자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추기경은 1986년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를 축출한 '피플 파워' 봉기 장소였던 마닐라의 한 성당에서 신도들에게 그같이 말했다. 이곳은 2001년 1월 부패혐의를 받고 있던 조지프 에스트라다 당시 대통령을 축출하기 위해 수십만명이 운집했던 바로 그 장소이기도 하다. 1970년대부터 추기경직을 맡아온 신(75)은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과 그 전임자인 피델 라모스 대통령 사이에 앉은 채 연설을 낭독했다. 1986년의 봉기로 권좌에 오른 아키노는 신 추기경이 7차례의 쿠데타 기도를 진압하도록 자신을 도와줬다며 사의를 표했다. 아키노는 "하느님이 우리에게 하이메 신 추기경을 보내 어려운 시기 내내 우리를 돕고 인도하도록 해주신 것은 필리핀 국민에게 얼마나 복된 일인지 모른다"고말했다. 개신교인인 라모스는 "하나님의 섭리로 인도를 받는 민주국가에서 그가 은퇴 후에도 계속 국민의 양심으로 남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 추기경은 많은 국민의 존경을 받고 있으나 비난도 받아왔다. 주로 빈민층인 에스트라다 지지자들은 신 추기경과 기타 엘리트들이 에스트라다를 축출했다고 비난해왔다. 수만명의 에스트라다 지지자들이 2001년 5월 1일 대통령궁으로 난입하려 하자신 추기경은 빈민들에게 전례없는 사과문을 발표했었다. 그는 교회가 그들을 소홀히 해 이기적인 권력자들에게 쉽사리 희생당하도록 했다고 시인하고 교회는 '반에스타라다'가 아니라 '친도덕'이라고 다짐하며 화해를 제의했었다. 신장 장애와 당뇨를 앓고 있는 신 추기경은 공석 출현을 자제해왔으나 민주행동가로 남아 계속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수백명의 군장병들이 지난 7월 27일 글로리아 마카파갈 아로요 대통령에게 반기를 든 쿠데타를 벌이기 수시간 전 신 추기경은 필리핀인들에게 국가의 민주적 제도를 폭력으로 전복하려는 집단들을 경계하라고 촉구했었다. 반군들은 19시간의 대치 끝에 투항했다. (마닐라 AP=연합뉴스) jk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