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종정인 법전(78)스님과 덕숭총림 수덕사 방장 원담(77) 스님이 최근 제자들로부터 선물을 하나씩 받았다. 두 고승의 법문집 "백척간두에서 한 걸음 더"(조계종출판사,2만원)와 "덕숭산 법향(法香)-원담법어"(여시아문,3만원)이다. 입을 열면 본뜻을 그르친다(開口卽錯.개구즉착)고 해서 말을 아끼는 것이 선가의 관례다. 따라서 선사들의 법어.법문은 간결하지만 힘이 있고,절제된 가운데 큰 가르침을 담고 있다. 17세에 영광 불갑사에서 사미계를 받은 법전 종정은 선불교 중흥의 전기가 됐던 1949년 봉암사 결사에 동참했을 뿐만 아니라 성철 스님으로부터 깨달음을 인가받은 선승. 법문집에는 묘적암,태백산 토굴,사자암 등 전국의 선원에서 '절구통 수좌'로 불리며 참선정진했던 수행기와 지난 96년 동안거 이후 행한 79차례의 법문이 담겨 있다. 법전 종정은 평소 수행자들을 엄하게 공부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법문마다 공부하라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지난 97년 하안거 결제법문에서는 "백척간두(百尺竿頭)에서 진일보(進一步)할 수 있는 그 마음이 바로 결제하는 마음"이라며 공부를 재촉했다. 벼랑에서 손을 놓아버려야 그 자리에서 살 길이 생기고 일체의 집착을 놓아버릴 때 비로소 부처 그 자체,심성 그 자체가 될 수 있다는 것. 법전 종정은 또 "기한(飢寒)에 발도심(發道心)"이라며 "춥고 배고파야 공부할 마음을 일으킨다"고 강조한다. 노장이 이처럼 공부를 강조하는 것은 마음 속에 앉아 있는 참부처를 찾는 것에 삶과 죽음의 일대사(一大事)가 달려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노장은 "쇠로 만든 부처님은 용광로를 건너지 못하고 나무로 만든 부처님은 불을 건너지 못하지만 자성불(自性佛)은 모두를 지나갈 수 있다"고 역설한다. 원담 방장의 법문집은 지난 80년 하안거 결제부터 올해 하안거 해제까지의 법어 87편을 담고 있다. 원담 방장은 경허-만공 스님의 선맥을 이은 선승.12세 때부터 만공 스님을 모신 법손이다. 늘 어린아이 같은 미소를 띠고 자상한 성품을 지녀 '천진불'로 불릴 뿐만 아니라 붓글씨는 당대 최고의 선필로 평가받는다. 법문을 녹취해 풀어낸 법문집은 스님의 어투를 그대로 살려 노승의 선지와 고준한 법향을 그대로 전해준다. 스님은 "부처님 법은 자기를 찾는 법"이라며 "쓸데없는 형상만 보지 말고 실질을 보라"고 강조한다. 부처님 오신 날 법어에서는 "덮어놓고 등을 켤 것이 아니라 자기의 어두운 마음 속에 영원히 밝은 지혜의 등을 켤 줄 알아야 한다"고 설파한다. "마음이 여여(如如)하면 경계도 여여하다"며 던지는 선시도 일품이다. 올해 하안거 해제 때에는 '예리한 칼날 위에서 하늘문을 여니/만고의 가을하늘 달빛 새롭네/장강의 파도는 하늘을 두드리나/물밑에 달그림자 선명하네'라는 시로 선의 경계를 내보였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