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프랑스 악트쉬드 출판사에서 번역돼 나온 소설가 이문열씨의 단편집 「익명의 섬」서문에 이씨의 작품세계를 강하게 비판한 서문이 실린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예상된다. 이씨의 초기 단편 5편이 실린 이 단편집은 최 윤 서강대 불문과 교수와 파트릭 모뤼스 주한 프랑스대사관 문정관이 함께 번역했으며 최 교수가 서문을 쓴 것으로 돼있다. 서문은 "이문열의 작품세계는 모호성을 내포하고 있는데 독자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가치판단이나 도덕적인 결론이 없이 끝나는 문학작품을 용납하지 않는 한국의 문학풍토에서 이문열이 모호함을 계속 간직하면서 어떻게 대표작가가 될 수 있는 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10여년 전부터 이런 모호성이 제거되고 도그마적 글쓰기를 하면서 독자들은 그의 작품을 멀리하게 됐다"며 "민주주의와 여성의 평등에 대한 이문열의 발언에질린 어떤 비평가가 '이문열 또는 파시즘 미학'이란 저서를 쓰기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서문은 "이문열은 한자문화권에 속한 과거의 지적.문화적 전통에의 회귀에 대한 강한 열망으로 삼국지를 다시 썼는데 현대사의 수업이 오랫동안 금지됐던 한국에서 역사와 잃어버린 지표를 되찾기 위해 역사소설을 쓰는 시도는 황석영의 '장길산', 조정래의 '아리랑', 일종의 수면제인 박경리의 '토지'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최씨는 서문을 쓰지 않았다는 입장이며 모뤼스는 확인을 거부한 가운데, 번역관련 기관 인사들은 대체로 외국의 경우도 서문에서 작가를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신지홍 기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