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은 이런 책을 좋아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연스러우면서 메시지가 뚜렷한, 어린이와 교감할 수 있는 책을 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어린이책 전문출판사인 '재미마주'에서 출간한 창작 그림책 「도대체 그 동안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이호백 글.그림)가 미국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올해의 우수그림책'(Best Illustrated Books) 10권 가운데 한 권으로 꼽혔다. '재미마주' 대표이기도 한 이호백(41)씨는 이 책에서 토끼의 아이 같은 움직임,억지스럽지 않은 상상력, 아이의 눈높이에서 보는 세밀한 관찰을 담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서울대 미대를 졸업, 파리에서 유학하는 틈틈이 어린이 책을 찾아 보고 공부를 했다. 그는 지난 1996년 '재미마주'를 설립, 국내 그림책 작가들과 손잡고문학적이고 예술적인 그림책을 만들어 미국과 프랑스, 일본 등지에 수출하고 있다. 지난 3월 미국의 케이밀러 출판사에 의해 영문으로 번역돼 나온 이번 수상작은 아파트 베란다에서 사는 애완용 토끼가 주인공. 식구들이 집을 비운 사이 베란다에서 집안으로 들어온 토끼가 식탁에 앉아 밥을 먹고 비디오를 보고, 딸아이의 한복을 훔쳐 입어보는 등 사람처럼 구는 이야기이다. 흑백과 컬러의 대비 속에 목탄과 수채물감을 활용한 묘사가 미국 언론과 평단에서 주목을 받았다. "어린이 그림에 대한 선입관은 결국 상업적 목적에서 나온 것이죠. 작가의 메시지를 솔직하고 명료해야 아이들이 보다 쉽게 받아들일 수 있어요. 굳이 외국 시장에우리 그림책을 맞추려 하지 말고 자연스러운 책을 만든다면, 현재의 수입 위주에서탈피해 보다 많은 교류를 할 수 있을 겁니다" 이씨는 '자연스러움, 개성, 교감할 수 있는 언어' 등 어린이 그림책을 만들 때 면밀히 검토해야 할 요소가 많다고 말했다. "억지가 없는 자연스러운 책을 펴내려고 하니 보통 7-9개월 이상 걸려 책을 많이 낼 수 없어요. '억지가 없는 자연스러운 것, 하지만 흔하지는 않은' 책, 맛있는 청국장같이 예전부터 있었지만 뭔가 특별한 맛이 있는 책을 만들고 싶어요" 뉴욕타임스는 그해 출간된 그림책 중 최고의 책을 골라 매년 11월 셋째주 북리뷰 스페셜 섹션에 발표한다. 가브리엘 벵상, 유리 슐레비츠 등 세계적 그림책 작가들이 이 상을 수상했었다. 국내 작가로는 작년 그림책작가 류재수씨의 「노란 우산」이 국내 작품으로는처음으로 영예를 안은 바 있었다. 「노란 우산」역시 '재미마주'의 작품이다. '올해의 우수 그림책' 시상식은 이달 18일 뉴욕타임스 본사에서 열린다. (서울=연합뉴스) 함보현 기자 hanarmd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