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예술가들은 스스로의 재능뿐만 아니라 그들의 의욕을 북돋워주는 후원자들의 힘에 의해 불후의 명작을 남길 수 있었다. '예술과 패트런-명화로 읽는 미술 후원의 역사'(다카시나 슈지 지음,신미원 옮김,눌와,1만6천원)는 작품을 창작하는 예술가와 그들을 지원하는 후원자의 관계를 조명한 서양미술사 이야기다. 여기서 패트런(patron)은 예술을 이해하고 작품을 의뢰하고 예술가를 지원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책은 르네상스 미술부터 현대미술까지 패트런의 주문과 취향에 따라 화가들의 화풍과 표현 방법들이 어떻게 달라졌고 발전해 왔는지를 살핀다. 패트런의 역사는 15세기 전반 피렌체의 동업자조합에서 시작됐다. 특히 나사직물상조합은 대성당 청동문 제작 콩쿠르의 스폰서를 맡는 등 예술후원의 중심이 됐다. 이어 메디치가 등 재력있는 개인 패트런들이 등장한다. 교황과 왕들의 역할도 컸다. 미켈란젤로는 교황 율리우스 2세의 명령에 따라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화를 그렸고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프랑수아 1세의 각별한 보호 아래 걸작들을 탄생시켰다. 17세기에는 부유한 시민들이 가세했다. 네덜란드에서 전문 화상이 출현해 일정 기간 화가를 고용해서 임금을 지불하고 작품을 제작하게 했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거대 화상들은 무명화가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재능을 키우는 데 주력했다. 프랑스의 경우 귀족들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컬렉션을 통해 예술가를 후원했다. 오늘날 선진국들은 공공건축 건설비의 1%를 예술작품에 할당하는 '퍼센트 방식' 등 다양한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특히 메세나 운동이 일어나면서 미술가들을 후원하는 기업들이 많아졌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