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저기가 아니고 여긴가? 왜 그때가 아니고지금인가? 누구의 명령과 지휘로 이 장소와 이 시간이 내게 주어졌단 말인가?... 이무한한 공간의 영원한 침묵이 나를 두려움으로 전율하게 한다"--파스칼의 '명상록(팡세)'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무엇인가? 재독 무용가 김윤정이 이끄는 YJK 댄스의 '8일간'(8 days. 9-10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의 여행에 동참한다면 혹여 그 답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수원대 출신으로 지난 1993년 유럽으로 유학을 떠나 네덜란드 아른헴 유럽무용개발센터(EDDC)를 졸업하고 현재 안무가 겸 무용수로 활발하게 활동중인 김윤정은지난 98년 제1회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에 참가, 독일의 저명한 평론가 요헨 슈미트의 찬사를 받았던 촉망받는 안무가다. 슈미트의 평문은 이후 안무가 김윤정에 대한 품질보증서처럼 따라다녔고 오늘날그는 뒤셀도르프시와 독일 정부의 지원을 받는 '중견급 신진안무가'가 되었다. 다시 파스칼에게로 돌아가자. "내 일생의 짧은 시간이 그 앞뒤에 잇따라 있는영원 속에 삼켜들어가 있음을 생각하거나, 내가 차지하고 있고 내가 보고 있는 이작은 공간이 내가 모르고 나를 모르는 무한한 공간 속에 잠겨들어가 있음을 생각할때, 나는 내가 저기가 아니라 여기에 있다는 것이 두렵고도 놀랍다" 김윤정은 이번 작품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삶을 일주일이라는 시간으로 압축시킨다. 그리고 그 일주일이 지닌 상징적 의미들과 더불어 삶의 의미를 찾아보려 한다. 月(달), 火(불), 水(물), 木(나무), 金(물질), 土(흙), 日(해)--인식의 주체인 '나'는 일주일간 차례차례 방문객을 맞는다. 미처 예견하지 못했던 아주 다양한 방문객들을 맞이하면서 '나'는 '그들'이 되어간다. 그리고 나는 모든 시간이 되고 모든 공간이 된다. 영원한 미래의 시간이 나를 삼켜 포함할 수 있도록... 거대한 우주 안에 묻혀 있을지 모르는 내 시간의 의미와 존재의 의미를 찾아보고자 나서는 여행이다. 음악 김태근, 영상 곽인호, 조명디자인 이보만, 무대디자인 오윤균 등. 안무자자신을 포함해 스페인 무용수 하이메 요피스(Jaime Llopis), 한창호, 김종기 등 4명이 출연한다. 입장권 1만-2만원. ☎2263-7890(공연기획 MCT), 1588-7890 www.ticketlink.co.kr (서울=연합뉴스) 이종호 기자 yesn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