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 속의 여성들」(베아트리체 마시니 지음. 옥타비아 모나코 그림. 이현경 옮김)은 가부장적 그리스 신화 속에서 몸낮췄던 여성들을 '호명'(呼名)해주었다. 미노타우르스를 물리친 테세우스에게 붉은 실을 건네 미궁을 빠져나오게 도와준숨은 공신 아리아드네, 제우스 신의 사랑을 받음으로써 전쟁에 나간 연인을 자신도모르게 배신한 알크메네. 형제간 전쟁에서 패배한 오빠의 시신을 매장해준 대가로 목숨을 잃어야 했던 안티코네, 아폴론의 사랑을 거부한 죄로 패전국의 공주에서 노예로, 정부(情婦)로까지전락한 트로이의 예언자 카산드라. 첫 남편과 아들을 살해하고 자신을 차지하게 된 아가멤논을 정부와 공모, 살해한 클리타임네스트라, 클리타임네스트라의 쌍둥이 자매이자 트로이 전쟁의 도화선이된 미인 헬레네. 사랑을 하찮게 알았기에 아프로디테의 저주를 받은 전처의 아들 히폴리토스를사랑한 테세우스의 아내 파이드라, 전투욕을 꺾기 위해 남편과의 잠자리를 거부하는데모를 벌인 라시스트라타. 옮긴이 이현경씨는 "그리스 영웅의 성공적인 모험 뒤에는 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기를 희생한 연인들이 있었다"며 "그러나 그녀들은 한번도 이야기의 전면에 등장한 적이 없다. 이 책은 그런 그림자 같은 여인들의 비극적 삶들을 되살려내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문학 刊. 206쪽. 9천500원. (서울=연합뉴스) 신지홍 기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