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초기 과거제도를 통해 중앙정부에 진출한 신흥사대부들의 출신지역이 대부분 영남, 호남, 호서(지금의 충청도) 등 중부 이남지역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성신여대 오종록 교수는 논문 `조선 초엽의 정치세력 연구'에서 조선 초기 중앙정부의 요직에 진출했던 신흥사대부들의 출신지역을 분석한 결과 왕과 혈연관계에 있는 인사나 개국공신 등을 제외하면 90% 이상이 영남, 호남, 호서 지역 출신이라고 밝혔다. 오 교수에 따르면 이들 지역 출신 신흥사대부가 정계진출이 많았던데는 당시 중부이남 지역에서 활발하게 이뤄진 농지개발과 높아진 농업 생산성으로 신흥사대부들이 부를 축적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는 것. 오 교수는 "14세기 후반에 들면서 중부 이남지역을 중심으로 저습지 지역까지 농지로 개발되는 등 농지가 크게 확대됐다"며 "이들 지역의 신흥사대부들은 농업을 통해 축적한 부를 바탕으로 학문에 힘써 과거시험을 통해 정계에 진출한 인사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이 같은 내용은 중요 관직의 인물들이 사망했을 경우 사관에 의해 왕조실록에 망자의 출신지역과 주요사항을 기록한 `졸기(卒記)'를 분석해 봐도 잘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오 교수가 논문에 싣고 있는 「태조실록」에서 「세종실록」에 이르기까지 졸기에 기록된 사람들의 출신지를 살펴보면 「상대별곡(霜臺別曲」,「동국사략(東國史略)」등의 저작으로 유명한 권근(1352-1409)은 경북 안동 출신, 청백리 재상 맹사성(1360-1438)은 충남 신창 출신, 세종 때 예문관대제학을 지낸 박안신(1369-1447)은 경북 상주 출신임을 알 수 있다. 오 교수는 "중앙진출 사대부들의 지역분포를 살펴보면 당시 왜구 피해가 심했던 호남이나 호서지역보다 왜구 피해가 없었던 성주, 상주, 진주 등을 중심으로 한 영남지역 인사가 더 많다"고 덧붙였다. 오 교수는 31일 연세대 국학연구원(원장 전인초)이 주최하는 `한국 중세사회의 변화와 조선건국'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 이 같은 내용을 밝힐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홍성록기자 sungl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