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가 오태석 씨가 4.3항쟁을 소재로 한 연극「앞산아 당겨라 오금아 밀어라」를 사건의 현장 제주도에서 공연한다. 극단 목화레퍼토리(대표 오태석)는 31일부터 11월2일까지 제주도 한라아트홀 대극장에서 연극 「앞산아 당겨라 오금아 밀어라」를 무대에 올린다. 이야기를 제대로만들고 언어는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지, 현지에서 호되게 검증받으려는 시도다. 제주도 공연에 이어 오는 11월7일부터 12월28일까지는 서울 대학로 아룽구지 극장에서의 공연도 예정돼 있다. 연극은 4.3항쟁이라는 역사적 배경과 모진 풍파를 겪어낸 제주도민들의 삶을 어수룩하기에 인간적인 성춘배와 짙은 생명력을 지닌 제주 여인 맹구자를 통해 재조명했다. 제주도 공연을 맞아 방언 부분을 보강하고 가족사 위주의 내용도 확장해, 서로 상처받은 제주도민들의 화해에 초점을 맞췄다. 주인공은 해방 직후 이승만 박사의 초상화와 태극기를 팔며 생활하던 성춘배와 만삭인 그의 아내 맹구자. 1948년 4월3일 자정 한라산 오름마다 불길이 타오르고 토벌대가 제주도에 진입하자 만삭인 맹구자는 남편을 산으로 피신시킨다. 그러나 산에서 토벌대에 붙잡힌성춘배는 우라리에 불을 지른 방화범으로 오인돼, 20년 형을 선고받는다. 남편과 역할을 바꿔서 형을 살고, 우라리에 내려와 실제 방화범을 찾아내 억울한 누명을 벗어내는 맹구자의 모습속에 강인한 제주도 여인의 생명력을 담았다. 극의 말미에 마을 사람들이 재현하는 제주도 전통연희 '디딤불미'는 화해의 상징. 내년 농사에 사용할 쇠를 녹이기 위해 행하는 거대한 풀무질인 '디딤불미'를 통해, 갈라진 두 편은 역사의 상처를 딛고 미래로 나아가는 발판을 마련한다. 연출을 맡은 극단의 오태석 대표는 "처음에는 우리말을 순화시키기 위해 제주도 방언에 주목했는데, 제주도의 이야기를 하면서 4.3항쟁을 빼놓을 수 없었다"며 "도민 30만명 가운데 8만명이 학살당한 4.3항쟁은 해방 직후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나타나는가를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자 여전히 극복하지 못한 이데올로기의 상처를 이제는 극복해야 한다는 것을 상징하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오태석 극작.연출. 극단의 간판 배우 황정민을 비롯 이병선 정진각 이명호 김홍준 강현식 등이 출연한다. 공연시간 △31일-11월2일 금요일 오후 7시30분. 토요일 오후 4시.7시30분. 일요일 오후 4시. 1만원 △11월7-12월28일 화-목요일 오후 7시30분. 금.토.공휴일 오후4시30분.7시30분. 일요일 오후 4시30분. 1만5천원. ☎745-3967.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kyung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