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학전(대표 김민기)의 록 뮤지컬 "지하철1호선"이 오는 11월 9일로 공연 2천회를 돌파한다. "난타" "넌센스" 등도 2천회 이상 공연됐지만 "지하철1호선"은 상업성 보다 사회성 짙은 작품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이 작품은 또 국내 공연 사상 처음으로 10년 연속 무대에 오르는 기록도 세웠다. "지하철 1호선"은 지난 1994년 5월14일 개막된 이래 지금까지 45만2천명이 관람했다. 입장료 수입은 56억원.설경구 방은진 조승우 장현성 황정민 배해선 나윤선 등 톱스타를 포함해 1백4명의 배우들이 이 작품을 거쳐갔다. 독일 그립스 극단의 동명 뮤지컬(원제 Linie Eins)을 한국식으로 번안한 '지하철 1호선'은 연변처녀 선녀의 눈을 통해 1990년대 한국의 밑바닥 풍경을 훑고 있다. 이 작품이 관객의 호응을 얻은 이유는 국내 공연계에 큰 영향을 끼친 신선한 시도들이 있었기 때문.라이브 밴드의 음악을 도입해 녹음으로 음악을 이끌어 오던 뮤지컬계에 라이브밴드 붐을 촉발시켰다. 미니멈 개런티와 러닝 개런티를 보장하는 임금계약을 서면으로 맺음으로써 공연계에 공정한 개런티 분배시스템을 정착시키는 계기도 마련했다. 요즘 안방극장에 설치돼 각광받고 있는 5.1채널 서라운드 스피커 시스템과 멀티슬라이드 상영시스템도 국내 소극장으로는 처음 도입했다. 이 작품은 또 장기 공연작으로는 이례적으로 더블 캐스팅을 하지 않고 오디션을 통해 한꺼번에 배우를 교체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11명의 배우가 80가지 배역을 소화해야 하는 극의 특성상 더블 캐스팅을 할 경우 품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배우들이 바뀔 때는 의상을 새로 디자인해 만들었다. 김민기 대표는 "입장료 수입의 대부분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재투자됐다"고 말했다. 학전측은 2000회 공연을 맞아 11월5일부터 8일까지 독일 그립스 극단의 원작을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초청 공연해 원작과 번안본을 비교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9일 오후 2시에는 김민기씨의 기타,설경구씨가 사인한 DVD세트 등 관계자들의 애장품 경매를 실시한다. 수익금은 이 작품의 실제 주인공인 노숙자,외국인 이주 노동자,탈북자 등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02)763-8223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