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 딸과 초등학교 5학년짜리 아들을 데리고 무작정 떠난 중국길.대륙의 온갖 풍상을 온몸으로 겪으면서 최고 명문 북경대에 딸을 합격시키고 스스로도 겁없이 용감해진 억척 아줌마. '중국행'(박성란 지음,태동출판사,9천원)은 한 주부가 2년간 좌충우돌식으로 중국에서 배우고 느끼고 체험한 것을 담은 책이다. 급변하는 대륙의 현장체험기이자 꼼꼼한 시선의 여행기이며 남다른 자녀 유학기이기도 하다. 그저 밥하고 빨래하고 두 아이 키우기에 바빴던 평범한 아줌마가 중국행을 결심한 것은 아이들에게 '좀 더 큰 세상'을 직접 가서 보여주자는 소박하지만 담대한 포부 때문.스스로 중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욕심도 한 몫 했다. 외국어를 배우기 위해선 한국인을 쉽게 만날 수 없는 곳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에 남들이 다 가는 베이징이 아닌 산시성(山西省)의 타이위안(太原)으로 정했다. 낯선 곳에서 그녀 일행을 기다리는 것은 고생뿐이었다. 저자는 "나의 중국행을 말리지 않은 주변 사람들이 괜히 얄밉게 느껴졌고… 밥을 먹다가도 울었고 길을 걷다가도 울었다"라며 어려웠던 날들을 털어놓는다. 그러나 아이들과 똑같이 구르고 때로는 싸우고 부딪치면서 낯선 언어와 환경에 조금씩 적응해 나가기 시작한다. 1년 뒤 베이징으로 옮긴 뒤에는 아이들의 학교 때문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웠다. 사스 공포 속에서 '목숨을 걸고' 대학 입시를 치른 딸 유경이가 북경대 중문과에 합격하자 그간의 고생도 금방 녹았다. 따뜻한 여성의 눈으로 오늘날 급변하는 중국사회의 이곳저곳을 생생하게 담아낸 저자의 글솜씨와 발로 뛰며 찍은 수십장의 사진이 잘 어우러져 있다. 저자는 시인 안도현씨의 부인.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