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화가 장 뒤뷔페(1901-1985)는 2차대전 직후 스위스를 여행하다 제네바의 벨에어 정신병원을 찾는다. 이 병원은 병원내 정신이상자들의 작품을 모은 작은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그는 자신이 찾던 예술을 발견하고 강한 충격을 받았다. 타오르는 듯한 정열, 끝없는 창의성, 강렬한 도취감, 모든 것으로부터의 완전한 해방 등 인간이 예술에서 바라는 모든 것이 넘처흘렀다. 이 작품들은 외부로부터 금전적인 보상이나 칭찬, 인정을 받아야한다는 강박관념으로부터 자유로운, 그래서 무한히 솔직할 수 있는 작품들이었다. 뒤뷔페는 1945년 '아르 브뤼(Art Brut)'라는 용어를 만들어 내며 정신장애자, 정신병자, 미술계와 동떨어진 사람들이 만든 작품들을 수집하고 이 작품들로 전시회를 열었다. '아웃사이더 아트(Outsider Art)'란 '가공되지 않은, 순수 그대로의 예술'이라는 뜻의 프랑스어 '아르 브뤼'를 영어로 옮긴 것. 즉 미술교육을 받지 않은 이들이 미술제도 바깥에서 창작을 하는 것을 뜻한다. 「아웃사이더 아트」(다빈치刊)는 뒤뷔페가 수집한 '아르 브뤼 컬렉션'의 작가와 그들의 작품을 소개하고있다. 이들은 지식이나 교양과는 무관한, 백지처럼 기성관념에 사로잡히지 않은 사람들이다. 이 책에는 총 27명의 화가들이 등장한다. 스위스 베른 근처 발다우 정신병원에 수용됐던 아돌프 뵐플리(1864-1930)는 무려 2만5천쪽에 달하는 공상적 내용의 삽화를 곁들인 이야기를 제작했다. 문자, 드로잉, 콜라주, 작곡 등으로 복잡하게 구성된'요람에서 묘지까지'라는 이 이야기에는 재구성된 어린 시절의 개인적인 삽화와 함께 화려한 미래가 그려졌다. 정신분열증 환자였던 알로이즈 코르바스(1886-1964)는 세계를 거대한 극장, 만물이 착석하고 있는 우주의 극장으로 보았고 극장(세상)은 그림 안에서 그녀 특유의 방식으로 양식화됐다. 영매(靈媒)였던 매지 길(1916-1974)은 마음에 떠오른 이미지를 연습장, 엽서, 근처 가게에서 뭉치로 사들인 값싼 종이 등에 수없이 표출했다. 정신을 고양시키는 종교적 금언, 천체와 보석의 이름, 고대 이집트 신화와 상형문자까지 이용해 주석을단 그림들은 기독교와 민간의 미신을 융합시킨 형태로, 심령술과의 밀접한 관계를보여준다. 1854년경 미국 앨라배마주 목화농장에서 노예로 태어난 빌 트레일러. 1865년 노예제가 폐지됐지만 그 후에도 농장에 머물며 소작인으로 70여생을 보냈다. 농장을 떠나 노숙생활을 하던 중 1939년 여든다섯살이 넘어 돌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흑인 주거지의 번화가 길 한편에서 매일매일 그림그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죽을 때까지 3년간 그린 그림이 1천500점에 달했다. 뒤뷔페는 이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며 "광기를 품지 않은 예술을 예술이라고 할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 "나는 광기가 인간의 재능에 불건전한 영향을 준다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광기는 우리의 재능을 활성화시키는 바람직한 것이고 그것이 지금 세상에 결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장윤선 옮김. 204쪽. 1만8천원. (서울=연합뉴스) 김은주 기자 ke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