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시장에서 자주 쓰이는 말 하나. '여자의 마음이 갈대라면 소비자의 마음은 갈대밭이다.' 소비자의 심리가 그만큼 변덕스럽다는 것을 뜻하는 우스갯소리다. 그러나 갈대밭도 바람이 불면 한 방향으로 쏠리듯 소비자 심리도 일정한 추세를 갖고 변하게 마련이다. 뛰어난 마케터는 이 바람의 방향과 속도를 잘 읽어야 한다. 바람의 움직임은 풍토와 기후라는 특성에 좌우된다. 마케팅 방법도 마찬가지. 최근 나온 두 권의 브랜드 마케팅 전략서는 한국 상황에 맞는 성공비결과 실천 전략을 담고 있어 주목된다. '한국형 브랜딩 성공의 법칙 22'(노장오 지음,더난출판,1만2천원)와 '한국형 포지셔닝'(구자룡 지음,원앤원북스,1만3천원)이 그것. 두 권 다 우리 현실에 딱 들어맞는 토종 마케팅 전략서라 할 수 있다. '한국형 브랜딩 성공의 법칙 22'에는 브랜드 전문회사 인워드 대표인 저자의 13년에 걸친 실무 노하우가 녹아있다. LG가 '휘센'이라는 이름으로 국내 에어컨 시장 점유율 1위였던 '위니아'를 제치고 막판 뒤집기에 성공한 것은 이른바 상징 이미지로 브랜드 전문화를 이룬 덕분이었다. 이것을 저자는 '역전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진로의 '참이슬' 아성에 도전장을 던진 두산의 '산'소주는 이미지 집중이라는 무기로 강력한 경쟁 브랜드를 이겼다. 이것이 '다윗의 법칙'이다. 신비주의 전략으로 승부를 거는 '베일의 법칙'과 세분화된 시장에서 1등 브랜드로 역량을 집중시키는 '여왕벌의 법칙',명품 브랜드를 강조하는 '왕실의 법칙',숫자와 색채로 상징성을 부여하는 '포인트의 법칙'… 치약 브랜드 '레모닝'이 살균에 미백효과라는 연상 작용을 불러일으켜 성공한 사례도 흥미롭다. 저자는 또 영국의 '버버리'와 이탈리아의 '가우치'등 국가별 대표 브랜드와 관련,한국의 명품 브랜드가 없는 이유도 꼬집는다. 그것은 개인이나 기업 차원이 아니라 국가의 문화적 배경이 만들어낸다는 것. 그래서 '문화'에 취약한 기업풍토를 바꾸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한국형 포지셔닝'에도 우리 현실에 적합한 마케팅 비법이 담겨 있다. 저자는 밸류바인컨설팅 대표 컨설턴트.그는 한국 소비자의 '부화뇌동형' 특성을 분석하면서 이를 거꾸로 활용하면 '편승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소비자의 마음 속 사다리에 올라가는 포지셔닝도 효과적이다. SK 윤활유 '지크'가 대표적인 사례.다른 기업들의 유통점원 권유 방식을 과감히 탈피해 '지크로 갈아주세요'라는 소비자 광고로 진검승부를 벌였다. 저자는 자연에 정성을 더한 청정원,브랜드 자산을 이어받은 그랜저XG,소비자 입맛 특성에 맞춘 이마트,기업 이미지 제고에 성공한 포스코,머드축제의 보령 등 한국형 포지셔닝의 성공 사례들을 일일이 분석하고 미래전략을 제시한다. 그는 개인 아이덴티티를 관리하는 최고경영자들과 패션디자이너 앙드레 김,성교육 전문가 구성애씨 등을 예로 들면서 퍼스널 브랜딩의 중요성도 아울러 강조하고 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