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로랄프로렌'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단추 2개와 칼라가 단정하게 달린 스포츠형 셔츠, 그 셔츠의 왼쪽 가슴에 수 놓여진 말 탄 폴로선수 모양의 심벌, 성조기를 활용한 패턴 등이 가장 먼저 생각날 것이다. 가짜든 진짜든 '폴로셔츠' 하나쯤 구비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인기도 높았다. 그러나 '폴로' 글자를 빼고 '랄프로렌'만 남기면 느낌이 달라진다. 영화와 패션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라면 의상이 빛났던 영화 '위대한 개츠비'와 '애니홀'의 의상 담당 디자이너가 랄프로렌이라는 사실을 기억해낼 것이다. '폴로셔츠'가 스포티하고 캐주얼한 느낌인 데 반해 영화 속 주인공인 로버트 레드포드나 다이안 키튼의 패션은 고급스럽고 우아하다. 폴로와 랄프로렌 사이에는 중산층과 상류층, 캐주얼과 정장이라는 서로 다른 고객 타깃과 그에 따른 각각의 브랜드 이미지가 존재한다. 하지만 두 개의 브랜드가 전혀 달라 보이진 않는다. 양쪽 모두에 '영국적인 전통에 미국식 실용성'이라는 디자인 정신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독자적이고 확실한 자기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디자이너 랄프로렌은 1967년 '폴로 패션(Polo fashions)'이라는 브랜드명으로 넥타이 사업에서부터 출발했다. 1968년 고급 남성복으로 품목을 확장해 71년에 첫 매장을 열었고 다음 해인 72년에는 여성복 라인을 런칭했다. 랄프로렌 여성복은 윙 칼라, 주름바지, 넥타이 소재의 스커트 등 남성 의류에서 따온 디자인을 제안, 당시 큰 화제를 불러모았다. 브랜드 수는 모두 15개. 이들은 각각 독립된 운영형태를 갖고 있지만 크게 보면 랄프로렌이라는 이름을 중심으로 한 하나의 이미지로 통합 관리되고 있다. 국내에 소개된 브랜드는 폴로 랄프로렌, 랄프로렌 블루라벨, 랄프로렌 블랙라벨, 폴로 스포츠, 폴로진. 그리고 최근 상륙한 최고급 라인인 랄프로렌 컬렉션, 랄프로렌 퍼플라벨 등이 있다. 이중 90년대 나온 '퍼플 라벨'은 광범위한 브랜드 전개로 자칫 고급 이미지가 흔들릴 위기에 처했을 때 일류 디자이너 이미지를 강화시켜준 공신이기도 하다. 극도로 가느다란 실루엣, 정교한 커팅, 과장된 듯 넓게 디자인된 타이와 이에 대조되는 좁은 깃 그리고 슬림한 라인의 바지에서 랄프로렌의 디자인 정수를 엿볼 수 있다. 설현정 기자 style@hankyung.com